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4
장 노엘 파비아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조한나 감수 / 한빛비즈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저 역시 어렸을 적에는 만화를 참 좋아했습니다. 옛날에는 흥밋거리고 만화를 읽었다면 요즘의 만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공부거리도 만화로 그려놓으면 쉽게 이해한다고 합니다. 의학 분야에서도 만화로 된 교재가 있습니다. 오래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만화 항생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 소개하는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역시 만화라는 매체로 의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만화 항생제>와 닮은 점이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 만화는 프랑스의 만화가 필리프 베르코비치가 그림을 그리고 장 노엘 파비아니가 글을 썼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고대 주술에서부터 나노기술까지’라는 홍보문안처럼 원시적인 치료술부터 최근 고도로 발전하고 분화된 다양한 의료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의학은 아주 전문적인 영역이라서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절달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저자들은 주술의 힘을 빌던 원시의학에서 기록으로 남아있는 중요한 고대의학이 성립되어있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히브리(히브리 의학의 정체는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는 느낌입니다), 중국의학 등을 다루었습니다만, 고대인도의학이 빠진 것이 아쉽습니다.

각 지역의 고대의학은 전통의학으로 맥을 이어왔습니다만,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의학은 고대 그리스에서 집대성되어 로마로 전해졌고, 르네상스를 통하여 과학과 접목하여 현대의학으로 발전해갑니다. 그리스의학에서는 의철학 개념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보입니다. 그림을 보면 히포크라테스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빚이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유언을 곱씹다가 선서를 만들게 되었다고 적었습니다만, 한번 확인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로마시대에는 신학을 제외한 모든 학문이 침체기에 빠져있었는데, 그리스의학을 전해 받은 이슬람의학이 이를 발전시켜 르네상스 시기에 유럽에 되돌려주었습니다. 21개나 되는 주제 가운데 고대와 중세의학에 할애된 부분은 3장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근세 서양의학이 현대의학으로 발전해오는 단계에서부터 분화되고 심화되는 과정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서양의학의 흐름을 보면, 그리스의학이 로마의학으로 이어졌다가, 중세에는 이슬람의학이 그리스의학을 발전시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르네상스시기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현대의학이 태동하기 시작하여, 프랑스를 거쳐 독일로 주도권이 넘어갔고, 현대에 들어서는 아무래도 자본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미국이 중심이 된 것으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작가들이 프랑스 사람들이다보니 근대의학의 발전과정에 기여한 프랑스 의료진이 많이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

이발사가 맡던 외과영역이 의학의 범주로 포함된 사연을 비롯하여 중세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페스트를 비롯한 전염병이 통제되어가는 과정, 의학의 영역에서 사용하게 되는 다양한 기구들이 발명된 사연 등이 재미있게 다루어졌고, 마취법, 항생제 등 혁신적인 의료기술이 개발된 사연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밖에도 실험의학, 소아의학, 안과학, 세포병리학, 유전학, 법의학 등 의학의 세부분과들이 갈라져 나오는 과정을 다루었지만,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부문도 엄청 많습니다.

심지어는 사회보장제도, 대체의학까지도 다루고 있는데, 이를 대체했어야 할 주목할만한 분야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속편이 기대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화라고 하면 눈으로 쓱 훑어 읽다보면 책장이 훌훌 넘어간다는 생각을 하는데, 사실은 새겨 읽을거리가 많아서, 그리고 그림도 흥미롭기 때문에 눈길을 붙든 탓인지 완독하는데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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