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부정 - 복간본
어니스트 베커 지음, 노승영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는 죽음을 맞게 됩니다. 여기서 언젠가는 이라고 한 것은 미생물 가운데는 증식 등, 생명활동을 멈춘 채 오래도록 존재할 수는 있지만, 주변 환경의 변화로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이 슬픈 눈을 하고 눈물을 흘리거나, 끌려가다가 달아나는 것을 보면 동물도 죽음을 느끼고 회피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모든 사람들이 죽음을 무서워할까요? 인류학자 호커트는 ‘원시인은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았고, 인류학적 증거를 면밀히 검토하면 죽음이 기쁨과 축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으며, 죽음은 두려워하기보다는 (전통적인 아일랜드 경야처럼) 축하할 사건이었을 것(19쪽)’이라고 했답니다.

죽음에 관한 책들을 두루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죽음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쁘다거나 축하할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죽음의 부정>은 서구정신의학과 종교, 특히 일본의 선불교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문화인류학자이자작가인 어니스트 베커 교수가 쓴 책입니다. 그는 “인간이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행위와 그 부산물은 모두 죽음을 부정하는 것에 기초를 둔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가 암으로 죽기 5년 전부터 집필을 시작한 <죽음의 부정>은 미완성 유고였지만, 사후 보완해서 출판되었을 때 퓰리처상을 받은 수작입니다.

작가 샘 킨은 <죽음의 부정>의 서문에서 <죽음의 부정>과 <악으로부터의 도피>에 나타난 베커의 철학은 ‘네 가닥의 끈으로 엮은 매듭’이라고 했습니다. 첫 번째 가닥은 ‘세상은 끔찍하다’, 두 번째 가닥은 ‘인간 행동의 기본적 동기는 자신의 기본적 불안을 다스리고 죽음의 공포를 부정하려는 생물학적 욕구다.’, 세 번째 가닥은 ‘죽음의 공포가 어찌나 압도적인지 우리는 이 공포를 무의식에 묻어두려 한다’, 네 번째 가닥은 ‘악을 섬멸하려는 목표로 삼는 우리 영웅 기획은 더 많은 악을 세상에 둘러들이는 역설적 결과를 낳는다.’ 등입니다.

정작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근본적 이유는, ‘인간과 인간 조건에 대한 견해의 바벨탑에 조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지난 수십년 간 타당한 진실들을 이렇게 짜 맞추면서 문제들이 나의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심리학의 모든 논의를 키르케고르에 접목함으로써 프로이트 이후의 심리학을 개관하는 것’을 목표로 두었다고 합니다.

서문에 이은 ‘인간의 본성과 영웅적인 것’이라는 제목의 머리말에서 인간은 누구나 영웅이 되고 싶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영웅성의 문제는 유기체의 자기애에 바탕을 두며 삶의 유일한 조건으로서의 자존감에대한 아동의 욕구를 토대로 삼는다(40쪽)’라고 적은 것을 보면 어렸을 적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자신을 내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영웅주의를 분석하는 과정에 따라 1부에서는 ‘영웅주의의 심층심리’를, 2부에서는 ‘영웅주의의 실패’를 그리고 3부에서는 ‘회고와 결론: 영웅주의의 딜레마’의 순서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결국 인간이 영웅성을 가지게 된 것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저자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영웅주의에 대한 심리학적 견해가 발전해온 과정을 요약하고 그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읽어가면서 느낀 점은 선배 심리학자들이 내세운 견해 가운데 자신이 보기에 타당하지 않은 경우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인간에 있어서 죽음의 공포가 보편적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아직 죽음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은 탓인지 공감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 심리학이 발전하는 가운데 나온 다양한 이론에 대한 저자의 냉철한 판단에 공감하는 바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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