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의 발견 - 하늘길을 찾는 파일럿의 여정
마크 밴호네커 지음, 나시윤 옮김, 최정규 감수 / 북플래닛(BookPlanet)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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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어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비행기를 처음 타본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학회다, 출장이다 해서 외국으로 나가는 비행기도 꽤 타본 셈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구경다니느라 비행기를 자주 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행기도 처음 탈 때는 긴장도 되고 신기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목적지까지 별 탈 없이 오가는 것이 유일한 관심사입니다. 처음에는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승무원이 안내하는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요령도 주의 깊게 듣곤 했습니다만, 요즈음은 영상으로 하는 것이라서인지 대충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크 벤호네커가 쓴 <비행의 발견>을 읽고 나서는 비행를 타는 일에 다시 관심을 가져볼 이유가 생겼습니다. 저자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한 뒤에, 컨설팅 회사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어렸을 적 꿈이 비행사가 되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회사일로 비행기를 탈 일이 많았던 모양인데, 그렇게 비행기를 타다가 비행기를 몰아보아야겠다는 충동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2001년에 비행교육과정을 시작해서 지금은 영국항공에서 선임부기장으로 일하면서 보잉747기를 조종하고 있습니다.

목차에 있는 이륙, 장소, 길 찾기, 기계, 공기, 물, 만남, 밤, 귀환 등의 제목만 가지고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하여 전혀 윤곽을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열고 작자가 늘어놓는 사설을 대충 읽어가다 이사크 디네센(우리에게는 카린 블릭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 >에서 인용한 글을 만나면서 전기가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공중에서 당신은 3차원적인 완전한 자유 속으로 들어간다. 기나긴 유배와 몽상의 시대를 보낸 후 향수에 젖은 마음은 허공 속으로 냉큼 들어간다.(13쪽)” 생각해보니 제가 조종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비행기를 타고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비행에 끌리는 이유는 비행의 자유가 먼저고, 다음에는 높이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상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비행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먼 외국에 가게 되면 대부분의 승객들이 시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물론 남북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서쪽으로 가는 경우에는 조금 덜한 편이지만 동쪽으로 가는 경우에는 틀림없이 고생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자는 시차에 더하여 ‘공간차’에도 적응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공간차란 우리를 둘러싼 주위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게 되면 그 변화에 적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비행기는 어떻게 항로를 찾아가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면 나오는 비행경로 표지판을 보면 우리가 아는 지명이 아닌 생소한 지명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생소한 지명이 왜 튀어나오는지 이 책에서 답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나오는 생소한 지명을 비컨이라고 한답니다. 옛날에는 불빛으로, 요즈음은 무선신호로 위치를 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행기로 여행하면서 두 도시를 직선으로 잇는 항로가 아니라 빙 돌아가는 항로를 비행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영공을 개방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고, 영공의 통행료도 항로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는데, 기상 상태도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제트기류가 가로막는 경우 피해가기도 하는데, 비행기가 출발했을 당시 결정된 항로더라도 비행중에 날씨의 변화에 따라서 폭풍우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돌아서 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비행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다시 읽어 참고하면 좋을 그런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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