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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물질의 습격, 위험한 시대를 사는 법 - 일상의 편리함 속에 숨은 화학 물질 중독, 피할 수 없는가?
계명찬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8년 12월
평점 :
최근에 우리 일상의 대부분에 간여하고 있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지면서 케미포비아(Chemiphobia), 즉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극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엄청난 규모의 화학물질이 개발되면서 우리의 일상이 윤택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개발된 화학물질이 동전의 양면처럼 유익한 면이 있는 반면, 해가 되는 면이 있기도 한 것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처음 개발 당시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습니다.
레이첼 카슨의 유명한 <침묵의 봄>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 우리 주변에 쌓여간 화학물질이 우리를 포함한 생명체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일상에 사용할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해 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사건과 같은 경우도 여전히 생기기도 합니다.
‘일상의 편리함 속에 숨은 화학물질 중독, 피할 수는 없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화학물질의 습격: 위험한 시대를 사는 법>은 우리 일상에 편리함을 주는 화학물질의 무서움을 일깨우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안내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것 같습니다. 책을 쓴 계명찬교수는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로 환경호르몬, 즉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인한 생식독성 연구를 비롯하여 남성 불임 및 보조생식술 등을 연구하는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내분비계 장애물질이 가지고 있는 독성과 이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점을 비롯하여 이룰 저감시킬 수 있는 방법 등을 소개합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얼마나 쌓으셨나요?’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새 어떤 경로로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지,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독성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캔, 통조림, 물통, 페트병과 플라스틱 용기, 가소제와 불소수지, 립스틱, 향수, 샴푸, 세제, 휘발성 유기화합물, 식품첨가물, 심지어는 다양한 장소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받는 영수증에서도 환경호르몬이 오염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환경호르몬이 문제라고 두루뭉술하게 소개하면서 사용이 금지된 물질은 물론 대체물질 등이 얼마나 유해한지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어서 모든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인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아이에게 대물림되는 환경독성물질의 고통’이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내분비계 장애물질이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생식능력에 피해를 입히고, 다음 세대에까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유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DES(diethylstylbesterol)와 같은 물질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임신 중에 사용하는 경우 자녀 가운데 딸이 성장한 다음에 질에 투명세포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가하면 지금은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입덧 개선제 탈리도마이드를 임신초기에 사용하는 경우 자녀가 팔다리에 뼈가 없이 태어나는 해표지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이런 물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같은 경우는 해당물질을 관리하는 주체가 분명치 않아서 관리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것도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나쁜 결과를 가져왔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울 때 폐렴 증세가 있는 경우 집에서 가습기를 계속 틀어놓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수돗물로 깨끗하게 씻고 수돗물을 채우는 정도였던 것인데, 살균제가 있었다면 저 역시 사용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3장은 ‘피할 수 없다면 최선은? 일상의 화학물질 관리’라는 제목으로 몇 가지 도움이 될 사항들을 소개합니다만, 결국 유해물질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거나 피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유해화학물질의 독성으로 인한 심각한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인 수치나 사용해도 되는 수준에 관한 설명이 없어서 무작정 피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되는 책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