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의 인문 여행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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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여행과 지리’라는 제목의 강의를 하는 이영민교수가 쓴 책입니다. 교양과목임에도 5년동안 2천명이 수강하는 인기과목이라고 합니다. 제 경우는 ‘장소, 사람, 문화를 연구하는 지리학자는 여행에서 무엇을 보는가’라는 부제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여행을 주관하는 여행자는 물론이거니와 여행의 대상이 되는 여행지와 그곳에 사람들도 함께 강조하고, 여행을 통해 만나는 장소와 사람들을 왜 충분히 알아야 하는지, 또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여행자들이 자신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여행하는 자와 여행되는 것 간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 함께 이루어지는 여행을 떠나기를 바란다‘라고 했습니다.

내용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부는 ‘여행과 지리학은 같은 것을 바라보고 경험한다’, 2부는 ‘장소에서 의미를 끄집어내면 여행이 즐겁다’, 3부는 ‘여행자를 위해 존재하는 장소는 없다’라는 제목입니다. 그러니까 1부는 여행을 어떤 관점에서 하는 것이 좋은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삶의 장소를 연구하는 것이 지리학이라고 하면, 여행은 삶의 장소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행과 인문지리학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는 것입니다. 장소에 관한 것은 공항, 열차, 전망대와 버스, 박물관과 시장 그리고 원주민 마을 등에서 장소가 가지는 의미를 짚어보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폴란드, 러시아의 월경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그리고 에스토니아로 이어지는 발트연안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읽었습니다. 물론 여행사 상품으로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이런 여행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런 여행을 통해서 보는 여행지는 관광객을 위하여 자본을 투입하여 재창조한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여행지에 사는 사람들의 실제 삶과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이 또한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전혀 가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할 이유는 없다고 했지만,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하여 다양한 것들을 알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행의 목적을 어디에 두는가는 여행자마다의 특권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반드시 현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만이 가장 좋은 여행이라는 주장은 그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편견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요즈음에 여행을 떠나는 많은 사람들이 힐링을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고 말합니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고 재충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여행’이라는 것인데, 이런 이유라면 굳이 여행을 갈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편안한 휴식은 익숙한 장소에서 더 잘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은 저도 일정 부분 공감하는 바가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는 자아를 치유하기 위해서 여행하는 것이 아니다. 자아에 더 익숙해지고 더 강해지고 더 잘 느끼고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 여행하는 것이다(69쪽)’라는 프랑스 작가 미셀 옹프레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너무 철학적이어서 말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여행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여행사를 통해서 갈 수 없는 장소였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여행은 물론 사전 준비와 여행을 다녀와서 정리를 하는 과정을 각각 별도의 여행으로 보고, 세 번의 여행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직은 초보 여행자이기는 하지만, 대양주를 제외한 다섯 개 대륙의 40개 나라를 구경하였으니 나름대로의 이야기 거리를 정리해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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