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별들의 고향>, <고래사냥> 등 70년대 화제작을 쏟아냈던 작가 최인호의 유고집입니다.  70년대에 학창생활을 한 만큼 그의 작품이나 글은 적지 않게 읽었으니, <눈물>이라는 제목에 이끌렸음이 틀림없습니다.

특히 침샘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다가 폐로 전이되어 뼈를 깎는 투병 끝에 결국 소천한 그였습니다. 투병이 쉽지 않았을 터이나 투병기간 중에 장편소설을 발표하는 등 작가로서 삶을 접지 않은 그의 열정이 참 대단하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인호 작가는 42살이 되던 1987년 천주교에 귀의합니다. 이런 행보에 대하여 문단에서는 자유로워야 하는 작가가 선택할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종교가 작품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입니다. 다만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눈물>은 작가가 가톨릭에 귀의한 이래 써온 수필을 모은 것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성경말씀과 연결하여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성서적 해석이 경우에 따라서는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할 것은 없지 않을까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런 것 같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뒷부분에는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많은 사제들 그리고 문인들이 조사를 붙였습니다.

작가는 묵주기도와 성경공부에 정진할 때 눈물을 쏟곤했다고 합니다. “주님을 생각할 때마다 내 눈에서도 홍수와 같은 눈물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주여 나를 게파(바위)로 만들어 주소서”라고 간절하게 빌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베드로의 눈물에 기인한 것 같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승천한 이래 매일 새벽 첫닭이 울 때 일어나 기도를 드리면서 몹시 울었다고 합니다. 예수와 함께 하면서 느낀 예수의 사랑을 떠올리면 눈물을 참을 수 없었을뿐더러, 예수를 세 번 부인한 자신을 뉘우칠라치면 눈물이 절로 솟았다는 것입니다.

고인은 특히 눈물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에 주목합니다. “인간은 영혼의 아픔 없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눈물을 동반하지 않는 울음은 그저 슬픔인 것(205쪽)”이라했습니다. ‘눈물이 없는 울음은 그저 고통을 나타내 보이는 몸짓이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해 보이는 투정’이라 잘라 말했는데, 이 구절을 읽으면서 어린아이들의 울음에 이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가톨릭 서울주보에 “우리들이 이 순간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딘가에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의 눈물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울부짖고 있는 사람과 주리고 목마른 사람과 아픈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됩니다(273쪽)”라는 글을 썼다고 합니다. 웃음과 눈물의 총량이 균형을 이룬다는 법칙은 없겠지만 어딘가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새기고 살 필요는 분명 있다 하겠습니다.

이야기들 사이에는 많은 사진자료들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따로 설명은 없습니다만 고인이 평소 여행을 다니면서 찍었던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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