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오버
톰 페로타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읽은 책을 읽어보는 일은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를 가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휴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레프트 오버>는 큰 아이의 책장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큰 아이는 여전히 추리소설과 미스터리 소설 등 대중소설 류에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그래도 책읽기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휴거(携擧, rapture)는 기독교 종말론의 미래학적 해석의 사건으로, 그리스도가 세상에 다시 올 때 기독교인들이 공중에 함께 올라가 그분을 만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바울로가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4장 15~17절에 ‘예수가 그의 성도들을 모이게 하려고 되돌아오신다는 것에 대하여 “주의 말씀”을 언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 다미선교회의 이장림 목사가 제기한 휴거소동이 있었습니다만,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 본부를 둔 ‘패밀리 라디오’ 설립자, 해롤드 캠핑(89)이 주장한 2011년 5월 21일 심판설이 있었습니다. 미국 작가 톰 페로타의 <레프트 오버>는 휴거가 일어날 것이라고 하는 2011년5-6월을 앞두고 썼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휴거는 없었다는 결말은 알지 못한 상태에서 휴거가 일어났을 때의 상황을 예측해본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10월14일 사건은 전 세계 인구의 2%가 동시에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라진 사람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 혹은 사라진 사람이 남아있는 사람과 차별 점이 없다는 사실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가족 중의 누군가가 사라진 경우 남은 사람들이 겪어야 할 끔찍한 상실감은 갑작스러운 형태의 죽음을 통해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실감을 극복하고 현실과 타협합니다만, 그렇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뒤를 따라가는 슬픈 경우도 있습니다.

이야기가 사이비성이 있는 종교에서 주장하는 휴거가 실제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를 주장하던 집단의 입장을 짚어보지 않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하지만 사라진 사람들이 선택받은 자가 아니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뒤를 캐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나, 살아 남은 사람들의 일탈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거나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로하려는 새로운 형태의 사이비종교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시작할 때는 순수했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되면 변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들의 일반판화 된 약점일 수 있습니다.

남은 사람들과 사회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그려보겠다는 작가의 생각은 이해되나 사라진 사람이 없는 한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으로 설명하는 것에는 공감하기가 쉽지않습니다. 특히 20여년을 함께 해 온 남편과 대학생아들, 고등학생 딸을 버리고 정체가 분명치 않은 조직에 가담하는 어머니의 행동이 결국은 가족 모두 방황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이 사라진 상황과는 무관하게 이미 가정에 내재되어 있던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될 기회를 갖지 못하고 분출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어머니가 떠나고 남겨진 아이들이 방황을 겪게 되리라는 자명한 사실을 깊이 생각해봤다는 언급이 없는데다 집을 떠난 어머니가 남아있는 가족을 생각하는 장면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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