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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사이 - 마사이 전사의 아내가 된 백인 여인
코리네 호프만 지음, 두행숙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년전에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적에 마시이족이 사는 마을에 가보았습니다. 가시나무로 마을을 에워싸고 그 안에는 지붕이 낮은 집들을 지었는데, 마사이 사람들이 집안으로 들어오기를 청했지만, 집안에 들어가게 되면 벼룩과 같은 해충이 옮겨올 수 있다고 경고하는 바람에 집안구경을 하지 못했던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그런 인연 때문이었는지 ‘하얀 마사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소설입니다. ‘마사이 전사의 이내가 된 백인 여인’이라는 부제처럼 이 소설은 휴가차 찾았던 케냐에서 만난 마사이 청년에 빠져 그와 결혼하여 4년을 지냈던 백인여성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도대체 무슨 사연인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 투성입니다.
저자는 스위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백인 여성인데 26살에 되던 해에 동거하는 남자친구와 케냐로 휴가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만난 마사이청년에게 빠져 결혼을 하기로 합니다. 그녀가 마사이청년에 빠져든 것은 운명의 장난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여주인공 코리네는 “나는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거기에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짙은 갈색 피부를 지닌 아름다운 남자가 난간에 느슨하게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 나는 그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거기 그렇게, 지는 석양빛 아래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젊은 신과 같았다.(13쪽)”라고 회상했습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우면 누가 뭐래도 듣지 않는다고 하죠. 코리네 역시 마사이청년 르케팅가가 적극적으로 나오지도 않는데 그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면서 동거하던 남자친구를 쫓아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사라져버린 마사이 청년을 찾아 그의 고향까지 천킬로 미터가 넘는 길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뜨문뜨문 있는 버스를 몇 차례 갈아타고 찾아가고 막무가내인 관공서를 드나들면서 혼인신고까지 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도 마사이청년의 본래 모습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것은 여전히 콩깍지가 떨어지지 않은 탓일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프리카 원주민과 결혼하여 현지에서 사는 유럽여성들이 적지는 않은 듯합니다. 그런 여성들이 필자가 르케팅가와 결혼하겠다는 것을 말리기도 했지만, 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어느 정도는 동일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같은 나라에서 살면서도 두 사람이 살아온 배경이나 개인적 성향 등이 달라서 결혼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물며 유럽과 아프리카는 문화적 바탕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듯 한데도, 첫눈에 반했다는 이유로 문화적 차이는 아예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필자의 결혼관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마사이부족들 사이에 면면히 내려오는 전통을 유럽식 사고로 개조하려 들었습니다. 그것이 먹히지 않으면 우는 것으로 버텼다고 할까요? 마사이부족사회에서는 상대를 대접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가게를 열고 부족원들에게 물건을 파는 일이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요? 상대를 모르고 살아가면서 이해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한 필자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어졌고, 세월이 흐른 뒤에 제멋대로이고 자신을 부정한 여자로 몰아간 르케팅가가 야속하다고 생각한 것 역시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인생을 무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한번 밖에 살지 않는 것이니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용감한 정신을 가졌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자신을 므중구(백인)라고 부르는 마사이사람들보다 우월한 존재이고 스위스에서 벌어놓은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속된 말로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여자를 남자가 쫓아다닌 끝에 결혼한 경우보다,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남자를 쫓아다닌 끝에 결혼한 여자는 행복한 결말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역시 같은 맥락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