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읽어 드립니다 -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
김경훈 지음 / 시공아트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기를 쓰려면 사진이 필요합니다. 제가 사진을 잘 찍는 편이 아니라서 일단은 많이 찍은 사진 가운데 나아 보이는 사진을 고르는 편입니다. 그렇다보니 차량 등을 이용해서 이동할 때는 50장 이상을 찍은 적도 있습니다. 저의 여행기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유적이나 사물 뿐 아니라 이야기가 될 만한 상황을 찍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사진에 담긴 상황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지에서 만난 아름다움을 붙드는 방법에 관한 존 러스킨의 말을 인용하였습니다.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심리적이고 시각적인) 요인들을 의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에 관해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해서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알랭 드 보통 지음, 여행의 기술 277쪽)”

적거나 그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하는데, 편리함 때문인지 사진으로 대신하는 경향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대상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대상을 배경으로 하여 인증샷을 찍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겠습니다.

제 전공이 병리학인데 현미경 사진을 찍어서 다른 의사선생님들에게 설명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은 현미경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찍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미경사진의 경우에는 찍은 사람이 아니면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이런 정황은 일반 사물을 찍은 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여행기를 읽다보면 설명 없이 사진을 곁들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런 경우에는 무슨 상황인지, 작가가 왜 사진을 찍었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사진은 분명 기억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많이 찍는다고 해서 그 장면들을 모두 기억한다는 보장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기억을 왜곡시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르네 나이트의 소설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바로 설명이 없는 사진을 잘 못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사진을 읽어드립니다>는 로이터통신에서 극동지역을 담당하는 사진기자로 일하고 계신 김경훈 기자님이 사진에 얽힌 고금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한 장의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찍은 이의 감정을 공유할 수도 있고, 오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카메라와 사진의 개발에 관한 뒷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심지어는 일부러 상황을 만들고 실제상황을 찍은 것처럼 한다거나, 심지어는 사진을 조작하기도 했던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자는 최근에 열풍이 불고 있는 셀피(셀카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조어라고 합니다.)가 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보존하고 공유한다는 점에서 사진의 미래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는 결론을 이야기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