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아이들과 네 달 살기 - 엄마도 아이도 한 뼘 더 자라는 생활여행
김수린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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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 가까이 된 일입니다만, 초등학교 1학년이던 큰 아이와 세 살이 된 둘째, 그리고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떠나기 1년 전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듣기는 물론 말하기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은, 준비되지 않은 출발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 2년 가까운 미국생활을 생각보다는 알차게 즐기다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다시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느라 두 아이가 고생한 듯하여 다시 마음을 썼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두 아이와 함께 영국에서 넉 달을 보낸 이야기를 담은 <영국에서 아이들과 네 달 살기>를 읽어가면서 공감과 걱정이 교차하는 느낌이 남았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중학교 영어교사인데, 남편이 베트남에 주재원으로 발령이 나면서 두 아이와 함께 베트남에서 4년을 보낸 끝에 귀국을 하게 되었는데, 두 아이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학기를 영국에서 지내기로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베트남에서도 두 아이가 국제학교에 다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에게 동남아가 아닌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공부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그런 경험을 다른 분과 나누기 위하여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영국에서 생활을 시작하는 과정을 먼저 정리하고, 이어서 두 아이가 학교에 다닌 과정을 소개합니다. 세 번째는 아이가 공부하는 시간에 자신이 보낸 시간들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영국에 온 남편과 살던 곳에서 가까운 콘월을 돌아본 이야기나, 돌아오면서 런던을 구경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영국에서 생활을 시작할 때 두 아이의 나이가 10살, 6살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둘째 아이의 경우 베트남의 국제학교에서의 학습경험이 아쉬웠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견일 수도 있습니다만, 두 아이들이 베트남에서 공부하면서 멀어져 있던 한국식 학습에 익숙해질 시간이 더 소중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두 아이들이 영국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이 집 앞 바닷가에서 논 거라고 했다는데, 바닷가에서 노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떻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두 아이를 데리고 먼 영국까지,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른 외국임에는 틀림없는 곳, 가서 넉 달을 잘 살아낸 주인공이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나 시골인심은 나쁘지 않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었다고는 하지만 영국이라는 나라가 외국인들이 살기에는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것이 영국에서 살아본 분들이 대부분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영국에서 공부하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인종차별적 공격을 당했다는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떻든 영국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뒷날 두 아이들이 영국에서 생활할 기회가 있을 때 오히려 어렸을 적의 경험에 붙들려 대응을 잘못하여 손해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공연한 걱정도 해봅니다. 영국 사회의 문화 가운데 기부에 대한 열린 마음 등 정말 배워야 할 것들도 많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외국을 여행하면서 전쟁에서 희생된 분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영국에서도 일차 세계대전이 끝난 11월 11일을 현충일로 정해서 전쟁희생자들을 추모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진심을 다해 참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충일 행사는 형식에 흐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종전도 되지 않았는데, 전쟁 당사자인 북한과 함께 행사를 같이 하겠다는 이야기가 튀어나와 당황스럽습니다. 그리고 보니 연평해전의 희생자를 기리는 행사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께서도 참석하지 않으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챙겨주는 이 없는 나라 수호에 어떤 군인이 목숨을 걸고 나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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