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두렵지 않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전화윤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제 경우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는 가지고 있지만, 죽음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일은 슬그머니 미루어두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인지 다치바나 다카시의 <죽음은 두렵지 않다>라는 제목이 책을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일본의 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의 기자로 활동한 언론이자 평론가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저술활동을 해왔다고 합니다. 방광암으로 수술을 받는 다음 암과, 생명, 삶과 죽음의 본질에 천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죽음을 두렵지 않다>는 그 결과물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의 죽음에 관해 논한 글을 모야 펴낸 것(168쪽)’이라고 합니다. 내용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죽음은 두렵지 않다’라는 제목의 제1장은 2014년 10월 30일부터 ~ 11월 13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주간문춘(週刊文春)>에 연재된 동명의 글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당시 취재와 구성을 에니시 신야라는 기자가 담당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신야기자가 묻고 다카시기자가 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간호대생에게 말하는 삶과 죽음’이라는 제목의 제2장은 2010년 교리쓰(共立) 여자대학 간호학과에서 열린 <삶과 주금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강연을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뇌에 관해 밝혀진 놀라운 사실’이라는 제목의 제3장은 <문예춘추(文藝春秋)> 2015년 4월호에 실린 동명의 글을 가필 수정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부모님이 모두 기독교도인 집안에서 자랐지만 기독교가 다른 종교를 모두 이단으로 모는 독선적인 면이 싫어서 거리를 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전통의 세시풍속에도 큰 관심이 없어, 죽음이나 사후세계에 대하여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저자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크게 영향을 받은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에 나오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즉 사후의 세계는 겪어보지 못했으니 말할 수 없는 것이므로 언급할 일이 없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어서부터 자살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까지 금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데라야마 슈지(寺山修司)가 자신의 평론집 <사자의 서(死者の書>의 ‘청소년을 위한 자살학 입문’이라는 장에서 자신이 고안한 자살기계를 소개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죽을텐데 그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사람에게 안된다고 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죽고 싶으면 한번 해보면 된다. 그렇지만 돌이킬 수는 없다.”라고 말해주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합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자살에 대해서도 생각조차 금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전향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점에서 약간 불편한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명치료에 대하여는 분명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독자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퀴불러 로스 등 죽음과 인연을 맺고 있는 세계적 석학들을 직접 만나 취재하는 등 죽음의 본질에 한 발 가까이 다가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에 대하여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먹고 살기에 바빠서 저만치 밀어놓았던 ‘죽음’이라는 화두를 한번 챙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즉,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터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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