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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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에 읽었어야 하는 책입니다. 초기 치매로 진단을 받은 환자가 치매라는 진단을 받아들이는 과정, 자신이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주변에 어떻게 알렸는가, 치매가 진전되면서 겪은 일상의 삶에서의 어려운 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등을 기록한 책입니다. 치매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와 있습니다만, 치매환자의 입장에서 쓴 책은 10여 년 전에 나온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치매에 관한 책을 두 차례에 걸쳐 개정해오면서도, ‘치매로 진단을 받았다고 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충격이 컸습니다. 지금까지는 치매환자를 치료하는 방법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치매로 진단받은 초기 환자가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움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치매 초기 환자도 질병의 진행이 일정한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충분히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환자 주변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쓴 웬디 미첼씨는 박지성 선수가 활약한 맨체스터에서 조금 떨어진 리즈라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게 된 계기는 뇌졸중에서 회복된 이후입니다. 처음에는 운동장애가 생겼기 때문에 의료진 역시 뇌졸중의 후유증일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뇌졸중 때문에 치매가 올 수도 있습니다마나, 불과 3개월 만에 생기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웬디씨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되는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습니다.

두 딸이 있지만 돌봄의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하여 조그만 도시로 이사를 하고 독립적으로 살기 시작하였습니다. 치매를 앓으면서도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기차를 타고 런던까지 왕복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치매를 앓은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 부담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말기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중점을 둔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영역이 있습니다. 치매 역시 예방이 중요하고, 조기 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일상적인 생활을 최대한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 조기 진단과 초기 환자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얻었습니다. 웬디씨가 살고 있는 영국에서는 이런 활동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관련 자료를 검토하여 제가 쓴 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치매는 사회적 부담이 큰 질환입니다.(사실은 치매는 다양한 원인질환에 따라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하는 것이라서 질환이라 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질병의 형태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따라서 치매에 대하여 상세하게 알고 있어야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음으로써 정상적인 삶을 오랫동안 영위할 수 있습니다. 두려워한다고 해서 외면하고 있으면 완치 가능한 경우도 치매로 오인하여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수 있으며, 치매로 진단되는 경우도 적절한 치료를 받아 완치는 어렵지만 병증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웬디씨가 치매에 대한 강연에서 “저는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치매를 안고 살고 있습니다(185쪽)”라고 말하는 대목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시달린다’에는 치매와 싸우다가 결국은 굴복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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