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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행복 : 공리주의 ㅣ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4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정미화 옮김 / 이소노미아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타인의 행복>이라는 제목의 뜻이 궁금해져서 집어든 책이었습니다. 저자가 존 스튜어트 밀이란 점도 작용을 했을 겁니다. 목차를 보니 공리주의에 관한 내용 같았습니다. 갑자기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비판의 목표가 됐던 것으로 읽었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은 ‘인류사를 빛낸 지혜를 찾아내’ 독자에게 소개하는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의 하나로 기획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번역의 원저는 존 스튜어트 밀의 <UTILITARIANISM>, 즉 <공리주의>입니다. 타인의 행복이라는 새로운 이름은 공리주의가 추구하는 바에서 제목을 새롭게 추출해 냈다는 것입니다.
기획의도라 할 것 입니다만 1. 철저한 대중 번역의 관점에서 2. 타자를 초대하는 번역 3.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에 맞는 번역을 하기로 정한 듯 합니다. 이에 따라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원저를 해체하고 복원하되, 맥락을 생각하는 동등성 번역과 생육하는 번역을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 책의 핵심용어인 utility를 공리로 번역했는데 한자어에 대한 이론에 대하여도 분명히 했습니다. 공리(功利)가 일본식 번역이므로 공리(公利)가 적절하다는 일부의 주장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언명으로 알려진 공리주의를 마치 공익을 우선으로 하는 이론으로 오해한데서 온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공리가 최대의 행복을 의미하나 그 최대의 행복에는 ‘나’와‘타인’을 포함하는 인류 전체의 고통을 없애며 쾌락을 증진하는 행복을 추구한다는 개념이라고 정의합니다.
1장에서 이 책의 개요를 설명하고, 2장에서는 공리주의란 무엇을 말하는가를 설명합니다. 3장에서는 공리주의 도덕에서 문제가 될 때 주어지는 최대의 벌칙을 논한 다음, 4장에서는 정의와 공리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이 시리즈의 기획의도가 좋은 까닭인지 비교적 쉽게 읽히고, 손에 잡히는 무엇이 있는 듯한 느낌이 남습니다.
밀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라는 성경 말씀이야말로 공리주의 도덕의 이상을 완벽하게 나타낸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1. 법과 사회제도는 모든 개인의 행복이나 개인의 이익이 전체의 이익과 가능한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하고, 2. 인간의 성격 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교육과 여론은 그 영향력을 이용해서 모든 개인의 머릿속에 자신의 행복과 전체로서의 선함 사이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음을 확실히 알게 해야 할 것이라 했습니다.
공리주의의 뿌리는 에피쿠로스학파에 닿고 있어서 에피쿠로스학파를 비판한 스토아학파의 잘못된 시각에 대한 비판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타인의 이익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것은 사회가 아주 건강하게 성장하고 사회적 유대가 강화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보았습니다.
정의와 공리의 관계에 대하여 밀은 공리 또는 행복이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이라는 이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장 강력한 장애물이 바로 정의라는 개념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정의롭다거나 정의롭지 못하다는 감정을 부르는 경우’를 들었습니다. 1. 한 사람의 개인적인 자유, 재산 또는 법적으로 귀속된 것을 빼앗는 일은 대체로 정의롭지 못하다, 2. 그 사람이 빼앗긴 법적권리는 애당초 그 사람에게 귀속되지 말았어야 하는 권리일지도 모릅니다, 3. 각 개인이 마땅히 받을 만한 것을 얻어야 하는 경우를 정의롭다고 하고, 마땅히 그렇지 않은 데도 좋은 것을 얻거나 혹은 나쁜 일을 겪어야하는 경우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보편적으로 생각한다, 4. 누군가의 신뢰를 깨트리는 것은 분명히 정의롭지 못합니다, 5. 보편적인 것은 그렇게 인정하듯이 편파적인 것은 정의와 상반됩니다.
최근에 우리 사회의 기저에 흐르는 정의의 개념이 내로남불에 근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잘못된 것이기 바랍니다만,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가를 생각해 볼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