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탄생 - 세계의 신화와 설화로 풀어본 죽음의 비밀
실비아 쇼프 지음, 임영은 옮김, 요셉 프란츠 틸 감수 / 말글빛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죽음은 제가 오랫동안 쥐고 있는 화두입니다. <죽음의 탄생>은 ‘세계의 신화와 설화로 풀어본 죽음의 비밀’이라는 부제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쓴 저자는 교육학과 신학 그리고 미술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작가와 연극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죽음은 생명체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지워지는 운명입니다. 소멸하지 않는 생명체는 아직까지 없으니 말입니다. 다만 죽음을 인지하고 죽음에 대하여 사유하는 존재가 인간 이외에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진화의 고리에서 인간은 어느 시점부터는 죽음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언제쯤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민족이건 죽음에 대한 두려움 혹은 해석 등이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내려왔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신화라고 부르거나 설화라고 불러지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수집하여 이 책에 담은 죽음에 관한 신화와 설화들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종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고 합니다. 3,500년전에 쓰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길가메시 서사시>를 비롯하여, 비슷한 연대의 이집에서 기록된 <이집트 사자의 서>가 있고, 고대 그리스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도 있고, 동양문화권, 아프리카, 인도, 아시아 등의 다양한 지역에서도 죽음에 관한 구전과 기록이 전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의 결론을 네 가지로 압축했습니다. 1. 죽음은 인간의 운명이다: 오래 전에 신이나 ‘악의 세력’에 의해 인간의 죽음이 결정되었다, 2. 죽음은 인간의 부주의와 실수, 지혜롭지 못한 결정에 의해 생겨난 불행이다, 3. 죽음은 인간이 범한 죄에 대한 (신의) 벌이다: 인간이 먹어서는 안되는 열매를 먹었거나 금지된 비밀을 밝혀냈다,, 4.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나 세상의 존속을 위해 필수불가결 한 것이다. 등입니다.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사람들은 죽음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이 죽음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입에 올리지 않음으로써 죽음에 대범하다는 인식을 남에게 주고 싶거나, 별게 아니라고 무시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무언가를 통하여 보상받으려는 심리에서 나온 것이 종교일 것입니다. 일생을 착하게 살면 천당에 갈 수 있다거나, 영생을 얻을 수 있거나,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죽음의 탄생>에서는 갑자기 생겨난 현상이 아닌 죽음의 탄생을 논하기 보다는 인간은 왜 죽어야만 하게 되었는가를 두고 고민한 세계 각지역의 신화와 설화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죽음을 누가 가져온 것인가에 관한 신화와 설화도 소개합니다. 당연히 죽음은 인간 혹은 다른 생명체가 신을 속이거니 인간에게 거짓을 고한데 대한 벌이라는 생각도 전합니다. 그리고 영생의 길을 두고 굳이 죽음을 선택한 인간의 어리석음도 빠트리지 않고 짚었습니다.

워낙이 방대한 지역에 전해오는 신화나 설화 등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읽다보면 비슷한 내용으로 읽히는 것도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죽음의 시작에 다양한 동물들이 간여한 결과라는 이야기가 많은 것을 보면 동물에 대한 옛사람들의 인식이 같은 생명체들 가운데 하나이며 죽음이라는 운명은 사람 역시 다른 생명체와 다를 수 없다는 것과 인간이 죽음이라는 운명을 얻게 된 책임이 인간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미루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는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영생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인식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면 혼자만이 영생을 얻었을 때 겪어야하는 혼란이나 외로움 같은 것을 반영한 설화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많은 설화를 담으려다 보니 개별적인 이야기를 많이 축약한 것 아닐까 싶기도 하여서 죽음을 너무 가볍게 읽어내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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