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 - 프랑스의 창조적 독서 치료
레진 드탕벨 지음, 문혜영 옮김 / 펄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물론 요즘에도 열심히 책을 읽는 편입니다만, 책읽기에 몰두해 있을 때 만났던 독서치료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치유의 수단으로서의 책읽기의 효용성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요즈음 하고 있는 업무 가운데 새로운 기술 등이 임상적으로 안전하고 유효한가를 판단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사항들은 당연히 과학적으로 입증된 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번에 읽은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은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서치료의 전문가 레진 드탕벨이 자신의 경험을 정리한 책입니다. 작가이자 물리치료사인 저자는 창조적 독서치료라는 치유방식을 개발하여 환자들을 돕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치료법은 책의 자양분이 되는 상상력, 욕구, 에너지, 창의력, 창조를 통해 인간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6쪽)’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서치료에 관심이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프랑스에서도 15년 전부터 유수의 대학을 중심으로 책의 영향력, 특히 인간의 고통을 치유하는 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영미권의 독서치료의 선구자 새디 피터슨 델라니가 1916년경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정신적으로 큰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군인들의 심리적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독서치료를 처음으로 임상에 적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독서치료에 대한 정의는 1961년이 되어서야 웹스터 인터내셔널 사전에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독서 치료란 의학과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치료요법의 하나로, 선택된 작품들을 읽게 하는 것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필요한 방향으로 독서를 유도하여 환자의 개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을 뜻한다.(17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치료에서는 활력과 생동감을 주는 훌륭한 문학작품들이 모든 사람의 경우에 적용될 수 없다고 여긴다.(18쪽)’라는 이유로 영미권에서 독서치료가 활발하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독서치료의 효능을 다시 평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내과의사 피에르 앙드레 보네는 2012년에 독서치료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이제껏 읽은 책 중 정신적으로 도움을 받은 작품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500여명의 답변을 분석하였더니, 1. 이해하고 발견하게 해주는 것, 2.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 3. 새로운 각도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을 갖는 것, 4. 중요한 도움을 준다는 것, 5. 독서는 여행이고 도피이기도 하지만 방어수단도 된다는 것, 등의 효과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특정의 신체적, 혹은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정한 책을 읽게 한다고 해서 일정한 수준의 동일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효과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자 역시 한 두 사람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준 책이 세 번째 사람에게는 끔찍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치료사는 환자와 상호교류하면서 얻게 된 직관으로 그들에게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 책을 찾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오래 전에 읽은 <종이약국>이라는 책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책방주인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학의 영역에서는 일정한 법칙을 바탕으로 치료를 하게 됩니다. 치료방법을 정하는 것도 과학적 방법으로 입증된 바에 따르고, 치료의 효과판정 역시 일정한 틀로 정해진 바에 따라서 하는 것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책에 치유의 효과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것은, 약이 되는 동시에 독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120쪽)’라고 한다면 독서치료는 특별하게 통제된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의학을 전공하고 독서에도 조예가 깊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책읽기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