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내혁명 - 뇌 분비 호르몬이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
하루야마 시게오 지음, 반광식 옮김 / 사람과책 / 199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이 있어서 읽어보게 된 <뇌내혁명>입니다. 1996년에 출간되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책입니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때는 따로 읽을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일찍이 가업으로 내려오는 동양의술, 특히 침술을 전수받아 여덟 살에 침술사범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쿄대 의학부에서 서양의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간 분야의 외과의사로 일하다가 병원을 개설하여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접목한 치료와 건강지도로 지명도를 높여가면서 다양한 형태의 의료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무렵 전통의학을 금하고 서양의학을 도입하여 보건의료체계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전통의학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면서 관심을 가진 의사들이 공부하여 병합치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6살에 침술을 배워 시술하였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의술은 인체는 물론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신동이라 하더라도 의학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배경이야기를 읽다보니 책 내용 전반에 대하여 비판적인 관점에서 읽어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서양의학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의학의 연구를 통하여 확인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뇌에서 분비하는 모르핀과 유사한 물질을 뇌내 모르핀이라고 합니다만, 학계에서 이야기하는 엔돌핀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엔돌핀은 모르핀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는 펩타이드로 알파-, 베타-, 감마- 등 세 종류가 있습니다.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좋은 호르몬이라고 하고, 엔돌핀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나쁜 호르몬이라고 주장하는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은 콩팥 위에 있는 부신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기도 하며, 뇌에서는 신경섬유의 말단에서 나와 신경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합니다. 특히 위험에 부닥쳤을 때 신체를 긴장시켜 대응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겠습니다. 하지만, 적당한 긴장감을 삶에 활력을 넣어줄 뿐만 아니라 몸이 적당하게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저자가 지목하는 또 다른 나쁜 물질은 활성산소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들어있는 산소는 두 개의 원자가 결합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우리 몸에 들어온 산소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대사과정에 간여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수퍼옥사이드, 과산화수소, 히드록시라디칼 등 활성산소가 발생하게 됩니다. 활성산소는 성인병과 암을 일으키는데 간여하고 노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역시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근육을 재생시키며, 당뇨와 퇴행성관절염을 완화시키기도 합니다. 활성산소 역시 우리몸에 꼭 필요한 존재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특정 물질들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사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대의학은 그 발전 속도가 엄청나서 관련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도 쏟아져 나오는 연구성과를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이며, 관심분야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일반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면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제는 뇌과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간 분야를 전공한 저자가 다루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개정판이 나왔다고 하니 그런 점들이 어떻게 보완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