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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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세월을 해온 일이라서 업무 자체는 익숙해진데다가 세월의 더께에서 오는 감까지 더해져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최신 동향을 뒤쫓는 것이 수월치 않는 점은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 새로 입사해서 손을 맞춰야 하는 젊은이들인 것 같습니다. 두 아이도 벌써 삼십대에 진입하고 나니 세대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사실 아이들하고는 선호하는 방송 프로그램 자체도 달라서 서로 눈치껏 양보도 하고 챙겨보기도 한답니다.

이렇듯 곤혹스러운 상황에 도움이 될 것도 같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스물일곱 옛날로 치면 꽃다운 나이의 젊은 시인이 쓴 산문집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입니다. 사실 사랑하기도 바쁜 세상살이입니다만, 미워할 짓만 골라하는 친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미워하는 것을 다정하게 한다니 웬 말인가 싶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역시 젊은 생각이 대책 없이 발랄한 이유를 붙들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3년 전에 등단하셨다고 하니 스물넷 젊은 나이에 등단을 하셨고,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셨다니 그야말로 시문학의 샛별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글쓰기 가운데 제가 가장 취약한 시를 쓰는 분이라고 하니 책을 읽어내기가 어려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젊은이들끼리는 통하는 무엇이 있었을 터이나 세월의 간극이 큰 탓에 핵심을 잡아내지 못한 제 탓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시인이 쓴 산문인 까닭인지 시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문장이 짧고 왠지 고저강양이 느껴지는 듯해서 일까요? 하기는 시 가운데는 산문시라는 것도 있으니, 시인은 산문을 시쓰듯 하나보다 싶었습니다. 지난해 영국에 다녀온 여행기를 쓰면서 같이 일하시는 분의 여행시를 인용하여 여행의 감흥을 더하는 글쓰기를 했습니다. 그때 저도 시쓰기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책을 쓴 시인께서 ‘시를 쓸 때면 삽질하는 기분이 든다’라고 하신 것을 보면 공연한 일 같지만 열심히 땅을 파듯 시를 쓰다보면 뭔가 특별한 느낌을 주는 시를 쓰게 된다는 이야기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 셈이니 열심히 무언가 끄적이는 것은 몸에 배어있다고 할 것 같아서입니다.

시인은 이 책을 눈물을 흘리던 시절에 써내려갔던 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합니다. 역시 글쓰기의 시작은 일기쓰기인 듯합니다. 저도 대학시절 그만두었던 일기쓰기를 계속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와는 살아온 혹은 살고 있는 시절이 다른 탓인지 생활과 생각에서 간극이 큰 것 같습니다. 제0일 부러웠던 것은 애인이 많은 듯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결혼하기 전에 연애라는 것을 딱 한번 해본 것이 전부였는데, 아직 결혼 전인 시인은 애인이 무려 일흔아홉이나 된다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없다면 남들이 무시할까봐 부풀린 것일까요? 하지만 헤어진 애인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풀어놓은 것을 보면 딱히 그럴 이유는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SRT를 즐겨 타시는 것을 보면 제가 사는 동네와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가까운 동네에 사신다고 해서 무얼 어쩔거라는 생각은 일도 없지만 말입니다. 친구들의 이름을 독특한 명칭, 예를 들면, 해외여행을 같이 갈 정도인 인력거라는 친구, 물메기라는 친구, 인디언주름이라는 남친 등등... 그런데 그런 별칭으로 친구를 부르는 이유를 밝혔더라면 흥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은 잠시 해보았지만, 제 주변의 친구를 그렇게 부를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정신과 약을 복용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우울증 진료에 대한 질평가를 빨리 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세상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사는 듯 말씀하시지만 사실을 커다란 기대를 감추고 사는 모습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을 사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앞날을 헤쳐 나가는 씩씩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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