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기행 - 옛 사진에 담긴 시선과 기억
정기호 지음 / 사람의무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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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이야기 같은데 제목이 특이해서 고른 책입니다. 책장을 넘기다 얼핏 보니 제가 자란 군산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던 것도 한 몫을 했습니다.

이야기는 저자가 태어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살았던 동네를 최근의 시점에서 살펴보자는 데서 출발합니다. 포항에서 태어나 부산, 상주, 통영, 대구, 서울, 서울에서도 하숙을 하던 누상동에서 서교동, 동소문동, 신영동, 청암동, 연남동에 이르기까지 살았던 동네에서 있었던 기억들을 ‘경관적으로 소환해 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야기를 끌어내는 식으로 가지를 쳐서 살아보지도 않은 군산 이야기도 나오게 된 듯합니다.

참, 경관에 대한 이야기를 빠트릴 뻔 했습니다. 경관이란 “일정 지역 고유의 외관을 말하며 숲, 가옥, 농지, 도로, 수로, 등 개개의 요소별로가 아니고 이곳들이 결합되어 일체성이 있는 외관을 말한다”라고 위키백과는 정의합니다.

사실 저역시 오랫동안 오늘날의 제가 있기까지 머물던 장소를 뒤쫓아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의 저자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지 제가 머물던 장소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전북 군산으로 옮겨 광산, 대야, 발산을 거쳐, 시내로 들어와서는 송창동, 신창동, 명산동, 삼학동, 금광동을 거쳐 수송동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그런가하면 대학 때 처음 올라온 서울에서도 처음에는 종암동, 하월곡동, 계동, 신촌, 다시 계동, 봉천동, 신사동, 명동, 반포동, 청담동, 서초동, 방배동, 조치원, 다시 방배동, 미국미네소타주 러더데일, 분당탑마을, 그리고 지금 사는 대치동까지입니다 그 사이 지방근무 때문에 주말부부하면서 남원시 동충동, 도통동, 대전시 목동에서도 살았습니다.

가까이는 10여년 멀리는 60년도 넘은 옛날에 살았던 이런 곳들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소문에 듣기로는 산동네도 있었는데, 지금은 깎아내 아파트단지를 만든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기억의 심연에 숨어있는 옛날의 삶을 되살려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찾아가 확인하려면 시간을 비롯하여 많은 품을 들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아직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책으로도 여러 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경을 전공한 저자는 경관론이라는 과목을 강의하기도 했다는데,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는 경관을 제대로 느끼려면 오감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저자 개인의 삶과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라면 특별한 읽을 거리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시나브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있는데, 그게 그렇게 자연스럽더라는 것입니다. 상주에 살던 집을 이야기하다가 서울서 다닌 고등학교 이야기로, 그러다 이야기는 어느새 겸재 정선의 목멱조돈으로 넘어가 있는 것입니다.

읽어가면서 들었던 걱정은 옛날 살던 곳에 찾아갔는데 너무 변해서 전혀 알아보지 못할 경우에 어떤 느낌이 들까 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저자는 변화조차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경관은 끊임없이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살아 움직이지 않는 화석화된 경관일 뿐. 그래서 도시와 도시의 경관은 필히 변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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