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걸어갈 땅이 없었다
김동하 지음 / 필름(Feelm)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아무래도 연식이 좀 되다보니 젊은이들을 이해하는 폭이 그리 넓지 못한 것 같습니다. 즉 젊은이들의 행동양식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요즘 젊은 것들이란, 쯧쯧쯧’이라고 기록되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동서양이 꼭 같고 예나 지금이나 그리 다를 게 없단 것을 느끼게 됩니다.

<더는 걸어갈 땅이 없었다>는 스물다섯 난 우리나라의 젊은이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넘어 오르샤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뒤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지막 대서양가의 피스테라까지, 220일에 걸쳐 4,017km를 걸어간 기록을 담은 여행에세이입니다. 10살이 되었을 때 누군가의 책을 읽고 자신의 책을 써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왜 이런 쉽지 않은 여정에 도전하게 되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젊음은 때로 무모한 듯한 도전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무모한 도전과 무계획한 도전은 분명 의미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작가가 거쳐 간 나라는 러시아-벨라루스-폴란드-체코-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일곱 나라입니다. 벨라루스보다 더 북쪽에 있는 발트삼국을 경유하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러시아와 동유럽의 경계에 있어 강대국의 틈새에서 역사적으로 고초를 겪은 나라를 보았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폴란드에서 굳이 타트라산맥을 넘어 체코로 왔다가 다시 독일로 넘어간 것도 조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구요.

220일에 걸쳐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어 생각들을 기록한 것을 책으로 정리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에 담은 이야기들이 전체적으로는 이동경로에 부합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날자나 장소에 대한 상세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런 종류의 여행에 관한 기록은 남긴 작가들 가운데 알맹이가 없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무언가 느낄 수 있는 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가가 이 여행에 나서기 전에도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한 적도 있고 가까운 나라를 여행한 적도 있어서 그런 경험에 가족들과의 끈끈한 유대를 느낄 수 있는 대목들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간혹은 두서가 없어 보인다는 생각도 들고 반복되는 이야기도 있어서 글을 읽는 흐름이 흔들린 적도 있습니다. 어떻든 뜻을 세우고 길을 걸으면서 부딪히는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그 뜻을 꺾지 않고 목적지까지 걸어간 의지에 대하여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랜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이 ‘왜 걷느냐’고 물었을 때, 처음에는 평화(peace)를 위하여 걷는다고 대답했지만, 결국에는 왜 걷는지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험난한 일을 계획하면서 왜 걷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없이 떠났다는 것 같아서 앞서 말씀드린 무계획한 요즘 젊은이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조금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행이도 여행이 마무리될 무렵에는 애매했던 그 이유가 점점 분명해졌던 것 같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스스로 갇혀있던 ‘편견’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한 행보였다고 말입니다. 220일이라는 긴 시간이었다고는 하지만, 매일을 걷다보면 하는 일이나 생각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할 수도 있는데, 무려 529쪽이나 되는 글을 써낸 것을 보면 작가의 필력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다만 초지일관하고 수미상관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서문이 짧았던 만큼, 피스테라에서 여정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 이 책을 내기까지의 뒷 이야기를 적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