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책마을에서
정진국 지음 / 봄아필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책마을이란 말이 그리 생소하지는 않지만 막연한 듯하여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보니 지난해는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였던 모양입니다. 책읽기를 좋아한다면서도 해를 넘겨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든 행사의 일환으로 책마을을 선정하는 사업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추진 배경에는 “기존의 ‘책 읽는 도시’사업은 광역 또는 기초 지자체 단위의 행정기구 중심의 독서운동으로 확산중이나, 보다 생활과 밀착된 공간에서 책과 관련된 일상이 영위될 수 있도록 특성화된 마을 만들기 사업이 필요하며” 특히 ‘책으로 특성화된 마을, 책을 매개로 한 행복한 마을 공동체 조성을 위한 시범사업’이 제안되었던 것입니다.

시범사업의 대상 지역으로는 군포가 선정된 듯합니다.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주민과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책읽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다양한 전시행사도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군포는 서울에서도 멀지 않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갈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업은 유럽에서 꽤 오래전부터 해오던 책 마을 사업을 표본으로 삼아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은 마침 <유럽 책마을에서>를 읽게 되면서 든 생각입니다. 구글에서 책마을에 해당하는 ‘book town’을 검색하면, ‘북타운은 중고책이나 희귀본을 파는 책방이 많이 있는 마을입니다. 뿐만 아니라 문학관련 축제도 열고 있어서 책읽기를 좋아하는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타운들은 국제 책마을 기구(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Book Towns)라는 단체를 구성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 많은 책마을이 있고, 아시아에서도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도 있다고 합니다.

<유럽 책마을에서>은 파리에서 미학을 공부한 미술평론가 정진국님이 경향신문에 연재하던 유럽의 책마을 탐방기를 묶어 2008년에 <유럽의 책마을를 가다>를 증보 개정한 책입니다. 유럽 각국에 흩어져 있는 책마을을 직접 방문하여 책과 관련된 사람들은 물론 마을 분위기, 책과 관련된 사업의 내용과 또 여행의 느낌 등을 다양하게 적었습니다.

유럽에서 책마을이 태동하게 된 배경은 도시에서조차 책방과 출판사가 크게 줄어가고 있는 상황이고, 농촌은 농촌대로 이농으로 인하여 마을이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황이 서로 맞물리면서 상보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으로 시작한 것 같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서점도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들이 멀리 시골까지 책을 찾아갈 것인가에 의문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결국 책마을 역시 많지 않은 열혈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정도에 머무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연재하던 원고를 묶은 까닭일 것 같습니다만, 담겨진 내용이 단편적이라는 느낌이 남습니다. 대부분의 책마을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이라거나, 유럽이나 영미권에서 나온 희귀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크게 매력을 느낄만한 점은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혹시 우리나라에서도 책마을을 조성하는데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참고할 점은 분명 있어 보입니다. 개정판이 2014년에 나온 탓인지 파주출판단지와 관련된 내용이 두어줄 나오는 것 말고는 2018년 시행이전의 책마을 조성에 관한 움직임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학 전공자답게 유려한 문장이 읽는 맛을 더합니다. 다만, 작가의 주관적인 글은 읽는 이를 헷갈리게 하는 구석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동포끼리의 부끄러운 대치야 말할 나위도 없고, 레바논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까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내고 있다고...(289쪽)” 남북대치상황은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짚어야 할 것이고, 레바논 등의 파병은 전쟁터가 아니라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환으로 파병한 것인데, 마치 총탄이 날아다니는 지상군 전투가 벌어지는 것처럼 적은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저자가 유럽의 책마을에서 조우한 책들 가운데 국내에 번역소개된 것들을 한번 찾아 읽어볼만하다는 것도 책읽기의 수확하운데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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