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가 사랑한 정원 - 화가이자 정원사, 클로드 모네의 그림과 정원에 관한 에세이
데브라 N. 맨코프 지음, 김잔디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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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프랑스를 여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인상주의 화풍을 비롯하여 근대 회화에서 커다란 획을 그은 다양한 화풍이 태동한 곳이기도 합니다. 제가 미술은 잘 모르지만 근대 문학과 예술을 품은 장소들을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미술사를 전공한 데브라 맨코프가 쓴 <모네가 사랑한 정원>도 여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아 읽게 되었습니다.

모네 하면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일단의 화가들을 ‘인상파’라고 분류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파리에 있는 마르모탕-모네 미술관에 걸려있는 1872년 작 <인상, 해돋이>가 제1회 ‘무명예술가협회전’에 걸렸을 때, 평론가 루이 르루아는 “대체 뭘 그린걸까? 어디보자 ‘인상’이라고? 나도 그럴 줄 알았다. 나 역시 인상을 받았으니까. 그렇다고 이 그림에 인상이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다.(37-38쪽)”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모네의 작품을 조롱하는 말이었지만, 모네와 함께 하는 화가들을 ‘인상파’라고 부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모네하면 우선 수련을 떠올리게 됩니다. 말년에 지르베니에 정착해서 조성한 연못에 들인 수련이 하루의 혹은 계절별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는데, 그 안에는 빛과 색깔의 변화까지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고 합니다. 동경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에서도 모네가 그린 대형 수련 그림을 한참 감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네는 수련 이외에도 다양한 꽃이 피는 정원도 많이 그렸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화가가 된 것은 모두 꽃 덕분이다’라고 할 정도로 정원사이자 화가였던 모네는 정원 가까기에 열의를 보였다고 합니다. 모네의 정원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마르셀 프루스트는 ‘스케치가 살아 있다. 색상이 조화롭게 구성된 팔레트를 미리 이 작품을 이해 치밀하게 준비한 듯하다.(17쪽)’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자기 그림을 이해하려면 백 마디 설명보다 자신이 직접 가꾼 정원을 보는 게 낫다(7쪽)’라고 한 모네의 말대로는 아니었지만 프루스트다운 설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파리에서 미술을 공부한 모네는 일찍이 튈릴리 궁전이나 노르망디의 휴양지 생타드레스의 격조 높은 조경을 보면서 정원회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데, 에밀 졸라는 모네의 그림들을 보고, ‘정확하고 솔직한 눈을 통해 실제로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작품에 대한 관점을 세우려는’ 화가의 모습을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모네는 복잡한 파리를 떠나 아르장퇴유로 이사하게 되고 그곳에서 정원을 가꾸면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십여년이 지난 뒤에 제반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아르장퇴유를 떠나 지르베니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르베니에서는 40년에 넘는 세월을 살면서 물의 정원, 꽃의 정원이라 불리는 정원을 만들고 정원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인상파 화가들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바뀐 다음에 지르베니는 화가들의 로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의 화가들이 찾아와 살면서 그림을 그리고 서로 교류하는 곳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모네는 이들 모두에게 자신의 정원을 공개한 것은 아닌 것 같구요. 모네가 물의 정원을 조성할 때 주민들이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데, 모네의 정원이 계기가 되어 많은 화가들이 찾는 고장이 되면서, 지금까지도, 지역 경제에 많은 영향을 주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모네가 사랑한 정원>에 수록되어 있는 많은 그림들은 인쇄도 잘 되어 있지만 원화의 느낌을 얼마나 살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모네의 정원을 보기 전까지는 그를 진정으로 안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한 미술비평가 아르센 알렉상드르의 말대로 지르베니에 있는 그의 정원을 찾아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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