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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두 번째다 - 진정한 병원 혁신의 개념과 실제! 고객 만족을 넘어 환자의 경험으로!
폴 슈피겔만 & 브릿 베렛 지음, 김인수 옮김 / 청년의사 / 2014년 11월
평점 :
지난달 환자경험 평가 설명회에서 폴 슈피겔만과 브릿 베렛이 같이 쓴 <환자는 두 번째다>에서 나온 말을 소개하여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진정한 병원 혁신의 개념과 실제! 고객 만족을 넘어 ‘환자경험’으로”라고 요약된 책내용을 보면, ‘소비자는 왕’으로 알고 있는 지금까지의 개념과는 사뭇 다른 바가 있습니다. 실제로 저자들의 강의를 들은 청중으로부터 환자보다 직원이 더 중요하다는 저자들의 인식이 우려스럽다는 전자우편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환자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우선 병원의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비행기에서 산소공급이 차단되는 위기 상황에서 누군가를 도와주어야 하는 사람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고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워주도록 한다는 대응방식을 생각해보시면 되겠습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도움을 받을 사람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 담긴 기본적인 인식을 저도 분명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정확하지 않은 사례의 인용이 옥의 티로 남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산욕열을 예방하는 방법을 발견한 헝가리출신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즈 젬멜바이스의 사례입니다. 젬멜바이스 이전에는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산욕열이 생겨 죽음을 맞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저자들은 젬멜바이스가 집에서 출산하는 산모가 병원 분만동에서 출산하는 산모에 비해 산욕열에 걸리는 경우가 훨씬 낮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의사들이 손을 씻지 않아서 생긴다고 했다고 소개하였습니다.
어쩌면 번역 상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만, 같은 병원에서 분만을 하는 경우라도 조산사의 도움으로 분만을 하는 경우와 산부인과 의사가 직접 아이를 받는 경우에서 차이가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임상의사들의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들의 부검을 직접하는 경향이 있었고, 부검을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나타내기 위하여 부검실에서 바로 분만장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손을 씻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연히 산부인과의 경우는 산욕열로 사망한 산모를 부검하다고 분만장으로 이동한 산부인과의사는 그대로 아이를 받았고, 부검실에서 손에 묻힌 세균들이 새로운 산모를 감염시켜 산욕열이 생기게 되었던 것입니다. 젬멜바이스는 부검을 하는 산부인과의사는 반드시 손을 소독수로 씻고 분만을 돕도록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였지만, 당시의 주류의학에서 이를 배척했던 것입니다. 한참 뒤에 리스터가 소독법을 발견한 뒤에서야 젬멜바이스가 옳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만, 그는 개인적으로 불행하게 삶을 마무리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환자가 두 번째다>에서는 병원을 운영하는데 있어 어떠한 리더십을 가져갈 것인가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다음과 같은 ‘변혁적인 리더십’은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1. 미션: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 2. 비전: 우리는 어디로 가기를 간절히 바라는가, 3. 가치: 우리는 어떤 규율을 따르는가 등입니다. 저 역시 그런 부류라고 생각합니다만,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재미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는 의사는 살아남을 수가 없을 터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의료진 중심이었던 환자 진료 역시 환자중심의 진료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경험 혹은 환자만족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 모두가 서로 환자중심 진료에 동참하고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당분간 환자중심의료의 전도사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