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잘 곳을 구할 수 있을까? - 371일 19,105km의 낭만 가득 로드트립
이미경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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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때로 도전적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대책 없는 무모함까지 도전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은 잘 곳을 구할 수 있을까?>는 개강을 앞둔 스물세 살 된 여자대학생이 단돈 530만원으로 떠난 배낭여행을 연장하여 무려 아시아에서 유럽, 중동, 아프리카까지, 371일간 19,105km의 무전여행의 여정을 담았습니다.

제가 딸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제 딸이었다면 당연히 말렸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특가할인 중인 인도행 비행기표를 발견했다는 이유로 친구를 꼬드겨서 인도로 떠난 여행을 마치고 친구는 귀국하고, 필자는 터키로 떠났다는 것입니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도 아니고 매사가 충동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얼마 전에 읽은 <청춘의 기술; https://blog.naver.com/neuro412/221483869460>을 쓴 젊은이가 치밀하게 준비하여 도전을 하는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책의 작가처럼 사는 것도 분명 인생을 사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이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정해진 것도 아닌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가 ‘단 한 번도 오래 살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라는 문장으로 371일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발칸에서 만난 난민캠프에서의 봉사활동이라든가, 유럽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현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그들의 삶과 생각을 나누어 가진 것은 앞으로의 삶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현지의 젊은이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보낸 밤들에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리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동네에서 히치하이킹을 이동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제대로 모르고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는 것이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우리네 말처럼 히치하이킹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다고 생각할 무렵에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적은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나, 히치하이킹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질 수도 있는 뒷사람을 위하여 좋은 교훈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여행을 통하여 사귄 좋은 친구들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귀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여정을 그저 길 위에서 만난 혹은 인터넷 상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즉흥적으로 결정하여 따라갔다는 것은 그리 잘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1년이 넘는 긴 시간을 오직 사람들을 만나 사귀는 데에만 쏟아 넣었다는 것도 조금 그렇습니다. 방문한 나라, 장소의 역사는 물론 예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가 뒤따랐더라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해외여행 기간 동안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해왔다. 여행을 하면서도 내가 이 여정을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그냥 내가 대충 정한 방식대로 여행을 해나갈 뿐이었다.(89쪽)’라는 부분이야말로 이 여행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잘 요약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충 정한 여행이면서 여정의 끝을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한가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조금은 가치있는 삶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보면, 여행이 작가의 삶에 전환점에 되었다는 점에서 좋은 여행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지금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는 여행 전과 분명 달라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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