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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유 - <미 비포 유> 두 번째 이야기 ㅣ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조조 모예스의 장편 <미 비포 유>의 뒷이야기가 되는 <애프터 유>를 꽤나 뜸을 들이다가 읽었습니다. 어쩌면 전작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뒷이야기가 전작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는 속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간병하는 사람이 환자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는 않습니다만,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사랑에 빠지고, 남자 주인공은 그런 여성을 두고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결말을 두고 너무 자기중심적인 것 아닌가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사랑한 것 맞을까 싶기도 했구요.
하지만 <애프터 유>를 보면 전작의 남자주인공의 결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한 결정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자 주인공 루이자가 윌 트레이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흔히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상실감 때문에 남아있는 사람이 아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윌 트레이너가 루이자를 정말 사랑했는지 의문이라고 하는 것은 남아있는 루이자가 얼마나 힘들어할지 제대로 살펴보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별한 사람이 때로는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이 각별하게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주어야 합니다. <애프터 유>에서는 그런 점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윌 트레이너의 죽음으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은 루이자와 그의 어머니 카밀라였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세상과 겉돌면서 시간을 그리고 스스로를 소모하는 길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작가는 교회에서 열리는 애도수업에 참석하는 것을 비롯하여 윌 트레이너가 젊었을 적에 만난 여성 사이에서 여자아이를 낳은 것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사실 사랑했던 사람이 남겨놓은 자신과는 피가 섞이지 않은 혈육을 그저 이야기만 듣고 챙겨야겠다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 루이자 정도의 오지랖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잊을 수 없었던 윌이었지만 새로 나타난 남성과 섹스를 나눌 수 있는데 사귀는 것은 고민이라는 이야기의 흐름이 우리네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사별한 사람을 너무 상투적으로 위로할 거면 차라리 위로를 하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캐시 피더슨의 <애도수업>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흔히 산 사람은 살 궁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자 역시 종국에는 산 사람이 사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역시 누이가 죽은 충격을 견디고 있는 샘이 “이미 죽은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게 돼요. 살아 있지 않더라도, 더는 숨 쉬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계속 곁에 있으니까요(184-185쪽)”
그래서인지 작가는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듯이 같은 아픔을 가진 샘과 루이자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될 듯한 암시를 남겨두었습니다. 역시 윌이 남겨놓은 혈육, 릴리 역시 작가가 루이자에게 주는 선물인 듯합니다.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방황하는 10대 소녀가 루이자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루이자 처럼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릴리의 어머니 타니아는 윌과 헤어진 다음에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낳아야만 했던 릴리였지만, 딸에 대한 애정의 크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크기가 더 컸던 모양입니다. 살아가기 위하여 기댈 수 있는 남자를 찾는 일이 더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타이나는 윌이 떠났기 때문에 윌의 죽음을 지킨 루이자와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작만한 이야기는 없다고 합니다만, 어쩌면 하나의 이야기를 나누어놓은 듯한 느낌이 남는 책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