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호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2
외젠 다비 지음, 원윤수 옮김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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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몇 차례나 집었다 놓기를 반복했던 책이었습니다. 제목을 보면 꼭 책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데, 내용을 요약한 글을 보면 책과 무관해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최근에 읽은 김연수작가의 여행칼럼 <언젠가, 아마도; https://blog.naver.com/neuro412/221429983488>에 인용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읽다보니 책과 연관이 있는 호텔이 아니라, 호텔이 파리 북쪽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거나 북쪽을 이르는 것이 맞았습니다. 수준으로 보아 호텔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해서, ‘북쪽 여관’ 혹은 ‘북쪽 여인숙’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로비나 복도에 책을 모아놓은 호텔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투숙객들 가운데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배려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북호텔(L‘Hôtel du Nord>은 작가의 부모가 사들여 경영했던 파리의 제마프 강변의 값싼 호텔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부모의 호텔에 머무는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꾸밈없이 그려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등장인물들은 대장장이, 인쇄공, 마차꾼, 공장 여직공들, 폐병환자, 수문지기, 오입쟁이 등등입니다. 아마도 집을 살 수 없을 형편인 사람들이 집대신 살림을 하는 장소로 활용을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관방을 빌려서 장기간 머무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사는 것은 어디나 비슷한 모양입니다만, 20세기 초반의 파리의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챙겨주면서 정을 나누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사랑을 빌미로 같이 살다가 막상 여성이 임신을 하자 떠나는 무책임한 남자가 등장하기도 하고, 그런 아픔을 겪고도 같은 꼴로 사는 대책 없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래도 북호텔의 여주인은 정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방을 빌어 사는 사람들의 아픔을 감싸고 챙겨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북호텔에 살다가 양노원으로 옮긴 노인이 찾아오자, 그가 쓰던 방을 보여주고 또 차비도 챙겨주는 따듯함을 보여줍니다. 작가의 어머니 역할이라서 애틋함을 나타내고 싶었을까요?

그 무렵의 파리에서 부각되기 시작한 공산당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5월1일 메이데이의 시위를 주동하기 위하여 투숙한 베니토의 정체를 알아챈 여주인은 ‘선동주의자’라고 잘라 말하는 것을 보면, 프랑스 공산당의 시작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 정도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당시 결핵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앓다가 죽어가는 모습을 그려낸 것을 보면, 결핵에 대한 국가적인 대책은 뚜렷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요즈음 같으면 쉽지 않은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만, 르쿠브뢰르씨가 북호텔을 인수하는 과정입니다. 자기 자본 없이 처남의 돈을 빌어 호텔을 인수하여 운영을 시작하는 것인데, 호텔을 경영해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호텔을 인수하고 아무런 문제없이 운영하는 일이 정말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그것도 중개업자의 안내를 받아 한 차례 둘러보는 것만으로 인수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투숙객의 현황 등 관련 자료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주먹구구식으로 호텔을 인수하여 망해먹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고, 호텔을 건네준 전 주인도 마음이 엄청 착한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르쿠브뢰르씨 부부가 인수 전에 둘러본 호텔의 분위기로 보면 청소상태를 비롯하여 여러면에서 호텔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런 요소들이 인수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승전결이나 반전 같은 것이 없어, 이야기가 너무 평이하게 전개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 다소 모호하다는 느낌이 남는 책읽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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