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의 미술관 -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열네 번의 예술수업
조경진 지음 / 사월의책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솔직하게 말씀드려 저는 정서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은 탓인지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분야를 이해하는 능력이 많이 모자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부라도 하면 나아지려나 싶어서 나름대로는 기회가 될 때마다 공부를 하고는 있습니다만, 별로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느낌의 미술관>도 부족한 점을 채워보려 골라든 책입니다만, 책읽기를 마치고는 잘못했다 싶기도 합니다.

저자는 ‘작품을 대하고 당신의 느낌이랄 수 있는 세 생기고 당신만의 정연한 느낌과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그게 답입니다.(17쪽)’라고 적었습니다. 즉, 미술작품을 보고나서 나름대로의 느낌이 생긴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말씀입니다. 저자는 ‘비전문 독자와 현대 미술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으려는 목적에서 쓰였다.(9쪽)’라고 적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징검다리를 놓는 수준이 아니라 핵폭탄을 맞아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한 다리를 건설하려는 수준으로 미술작품을 느끼고, 그 느낌을 다른 이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키우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예술학을 공부하고 철학을 미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저자가 공부한 예술론을 철학적 관점으로 승화시켜 미술작품을 차원 높게 이해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열네 번의 예술수업’이라는 부제를 보면 이 책의 성격을 파악했어야 했습니다.

그 열네 번의 강의 가운데 초반은 아무래도 긴장을 풀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지, ‘느낌’을 강조합니다. 쉽죠. 느낌이란 보는 사람마다의 다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느낌이라는 것의 조작적 정의가 점점 수위를 높여가면서 기호, 실재, 재현 등, 철학적 사유로 연결해 나갑니다. 그래서 책읽기가 중반에 접어들면 느낌이 점점 오리무중이 되면서 호흡이 가팔라지는 느낌입니다. 책읽기도 강약이 교차되면 수월하기 마련인데, 화두가 다시 느낌으로 돌아가는 듯하다가 이내 자의식, 표상 등 긴장의 강도가 다시 세기는 느낌입니다.

열네 번의 강의를 이어가면서 그녀와 그남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구조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녀가 현대미술에 대하여 초짜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어느 사이에 그남과 나누는 대화의 수준이 거의 전문가에 다름이 아닌 듯 합니다. 즉 그녀와 그남은 저자 자신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그녀와 그남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을 취할 이유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몇 가지 책을 읽으면서 얻어 들인 앎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미학은 개개의 존재가 가지고 있거나 경험하는 느낌에 관한 학문(60쪽)’이라는 작가의 정의가 있습니다. 미학에 대한 다른 이의 견해도 인용합니다. 미국의 미학자 아서 단토의 경우 ‘내가 미학(Aesthetics)이라고 할 때, 그건 다음을 의미한다. 미학은 사물이 스스로 나타나는 방식에 관한 것이며, 동시에 사물이 다른 방식이 아니라 왜 그와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그 이유에 관한 것이다.(61쪽)’라고 했다는데, 생각을 더 해봐야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과 같은 저자의 주장 역시 동의가 쉽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과학이나 수학, 철학 등 전문적인 방식의 기술이 아닌 이상 미술작품에 대한 기술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그림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분별이 필요할 뿐이죠.(310쪽)” 과학이나 수학은 일정한 공식을 이해하면 쉽게 풀어 설명이 가능합니다만, 미술은 역시 나름의 느낌을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앞서 말한 ‘기억은 가장 위대한 마법 중의 하나’라는 대사 기억하지죠. 과학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기억 작용 자체는 설명할 수 없을 겁니다.(331-332쪽)” 기억의 과학은 그 근본 원리에 접근해가고 있습니다. 즉 마법이 아니라 과학으로 설명이 가능한 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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