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가로질러 - 밤, 잠, 꿈, 욕망, 어둠에 대하여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밤’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십니까? 필자만 해도 ‘사방이 캄캄한 어둠에 싸여있는 세상’을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만,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그러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우리는 이미 밤을 잃어버린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밤’하면 또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과학사를 가르치고 있는 에른스트 페트 피셔교수는 <밤을 가로질러>에서 ‘밤, 잠, 꿈, 욕망, 어둠에 대하여’하는 부제를 붙인 것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날이 밝을 때까지 밤새 잠을 자는 데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과 관련한 내용을 충분히 다를 것이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삶이 밤을 가로지르면서 어떤 속성을 획득했는지 살펴볼 것이다.(14쪽)”라고 적었습니다.

과학사를 전공하는 만큼 밤과 관련된 작은 주제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7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 첫 번째 장은 우리의 선조들은 밤을 어떻게 인식했는가부터 시작하여 밤이 존재하는 이유를 지구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밤’하면 떠오르는 검은색이라는 이미지의 정체와 인간이 색조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지도 설명합니다. 결국의 우주의 탄생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러한 서사구조는 이어지는 두 번째 장의 인류의 기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쩌면 밤이 존재했기에 인류는 단종되지 않고 이어져올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어서는 촛불과 마녀사냥 등 밤의 어두움이 주는 공포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어둠과 빛, 밤과 낮이라는 대비를 통하여 ‘올바로 보기’를 이끌어내고 있는데, 그 대목에서 ‘반대편의 말도 들어라’라는 참을 깨닫는 중요한 자세를 배우게 됩니다. 독일 자우얼란트의 성직자 마하엘 슈타페르트의 논문에 실려있는 안경의 알은 태양과 달이 그려져 있는데, 두 개아 안경알을 연결하는 부위에 Falsum an Vero et Verum a Falso(거짓을 참으로부터, 또한 참을 거짓으로부터)‘라는 라틴어 경구가 적혀있다고 합니다.

4장은 수면에 관한 내용입니다. 잠을 문학적으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선조들은 잠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짚은 다음 잠이 드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꿈으로 넘어갑니다. 사실 잠은 인간이 깨어있는 동안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수집한 앎을 기억에 저장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더하여 에너지를 절약하고 잠을 자는 동안 기력을 회복하며 성장과 재생이 일어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5장의 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자연히 꿈의 해석 등 꿈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적에는 시시껄렁한 개꿈도 기억하던 것과는 달리,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도 무슨 꿈을 꾸었는지 거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일어났을 때는 잠시 생각이 나더라도 금세 잊어버리게 됩니다. 아마도 기억능력이 퇴보하면서 최근에 보고들은 것이 기억에 잘 남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꿈에 나온 것들은 기억에 남을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6장 자연과학의 밤 측면은 밤에 관한 일종의 종합선물과 같습니다. 예를 들면 케쿨레가 벤젠고리 모형에 관한 영감을 얻은 것이 꿈이었다거나, 진화론을 착안한 다윈과 월레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과학의 발견에 인간의 낮측면과 밤측면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저자의 설명은 금세 와 닿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7장 인간 속의 악은 더욱 그러합니다. 큰 주제의 흐름에서 이탈한 듯한 느낌이 남습니다.

저자는 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창조적인 밤을 믿는다. 왜냐하면 사람들 자신도 육체적으로 밤에서 기원하여 사랑을 통해 밤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삶은 밤을 통해 가치를 얻는다.(335쪽)”라고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아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낮, 즉 빛을 뒤쫓았지만, 여전히 밤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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