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 할 만한 것 - 오시이 마모루가 바라본 인생과 영화
오시이 마모루 지음, 장민주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위키백과에 따르면 철학이라 함은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 원리 즉 인생관, 세계관 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또한 존재, 지식, 가치, 이성, 인식 그리고 언어 등의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대상의 실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정의합니다. 이렇듯 심오한 의미 때문에 철학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런가 하면 개똥철학도 철학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아냥거리는 듯하지만, 나름대로는 살아가는 의미에 대한 일반인의 뜻이 담겨있어서 그 또한 철학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철학이라 할 만한 것>은 <공각기동대>, <인랑> 등을 제작하여 ‘애니메이션을 철학의 경지로 끌어올린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오시이 마모루의 에세이집입니다. ‘오시이 마모루가 바라본 인생과 영화’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처럼 저자가 삶의 방식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세워왔는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작가는 SF를 통하여 인간을 이해하고자 시도해왔다고 하는데, 허구처럼 보이는 상황에 인간을 놓아보면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 가능해지더라는 것입니다. 즉 “끝까지 파헤치고 생각해가다보면, 모든 것은 해체된다. 그리고 의미는 사라져간다. 정말로 우리가 느끼고 있는 것처럼 이 세계는 존재하는가? 아니, 우리 자신은 정말로 존재하는가?(11쪽)” 등 철학적 의문이 커지게 된다고 합니다. 어떻든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조금 단순하게 ‘행복해지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회 속에서 자기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것들을 나름대로 논고해보았다고 적었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모두 6개의 범주로 구분해놓았는데, 첫 번째는 ‘버릴 것과 취할 것’입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행복의 기준을 만들어보라는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남의 행복을 탐내지 말고, 행복에 대하여 환상을 가지지 말 것이며,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을 생각해보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두면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겠지요. 저자의 경우는 행복을 확인할 파트너로 아내나 딸이 아닌 개를 지정했다고 합니다. 언듯 보기엔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그의 판단이 그렇다면 그렇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두 번째 주제인 ‘불완전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에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는 무엇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느 사회에 들어가던지 ‘자기자리를 만들어야 살아남는다’라고 말합니다. 흔히 ‘자기자리’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는다는 의미로 해석을 합니다만, 그 자기자리란 반드시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시각입니다.

3,4,3(사시미)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조직의 구성원 가운데 30%는 조직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올리는 사람이고, 40%는 열 가지 가운데 서너 가지는 해주는 평범한 사람, 그리고 나머지 30%는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30%도 조직에서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회가 건전한 사회라는 것입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개똥철학인가 싶었는데, 여기쯤 읽을 무렵 저자의 독특한 생각에 매료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탈원전과 관련하여 후쿠시마원전 사태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만, 탈원전하겠다는 발언을 심사숙고하지 않고 툭 던진 것 아닌가 의문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그런 주장을 내세웠는지 궁금하다는 것인데, 결국은 정치인들의 자질 문제가 등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신 고질라>를 화두로 한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적은 것은 아마도 본업인 영화와 관련하여 많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철학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심오하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경박하지도 않는, 정말 살아가는 문제에 대한 답이 보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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