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시는 기억이다 - 공공기념물로 본 서양 도시의 역사와 문화
도시사학회 기획, 권형진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9월
평점 :
기억에 대한 관심이 큰 편입니다. 개인의 기억 뿐 아니라 집단의 기억에 관한 것도 있습니다. 도시사학회가 기획한 <도시는 기억이다>는 일종의 집단 기억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자들은 “인류 문명이 등장한 이래로 도시는 인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활동성과물을 집약해 발전해왔다. 도시는 인간의 모든 삶의 흔적을 기억하고 전승하기 때문에, ‘도시는 기억의 산물이자 기억 자체’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억은 개인의 기억일 도 있지만, 아무래도 집단기억에 해당하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자들은 도시에 세워진 공공기념물이야말로 해당 도시의 역사문화경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보아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13개의 도시의 공공기념물의 의미를 조명하여 이 책에 담았습니다. 모든 도시가 기억할만한 공공기념물을 가지고 있지만, 도시의 역사 등을 고려하여 지중해 권역에 속하는 아테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 4개 도시를, 서유럽 권역에서는 마드리드,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 베를린 등 5개 도시를, 동유럽과 아메리카를 같이 묶어서 빈, 상트페테르부르크, 멕시코시티, 그리고 뉴욕 등 4개 도시를 대상으로 합니다. 물론 이들 도시를 선정한 것은 서양사의 전개과정을 보면, 도시마다 특별한 공공기념물을 만드는 전통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3개의 도시 가운데 물론 도시 전체를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암스테르담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2개 도시를 제외하고는 가본 적이 있어서 책에 적은 내용들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로마에서는 로만 포럼을, 베네치아에서는 산 마르코 광장에 세워진 마르코의 사자상을, 마드리드에서는 엘에스코리알과 망자들의 계곡을, 런던의 경우 트라팔가 광장만을, 파리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의 동상을, 독일에서는 뮌헨, 뉘른베르크, 베를린 지역에 나치가 세운 공공기념물을, 빈에서는 링슈트라세를, 러시아에서는 해체 이전에 세웠던 ‘대조국전쟁’ 기념비를, 뉴욕에서는 9.11으로 무너져 내린 세계무역센터의 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들 도시에 있는 많은 공공기념물들 가운데 특정 주제에 국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공공기념물의 유래나 의미를 비롯하여 건립동기, 기억하고 기념하고자 하는 역사적 사건들, 건립주체와 건립과정, 건립 이후에 대두된 갈등 등까지 상당한 깊이로 이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읽다보니 가본 도시에서도 미쳐 챙겨보지 못했던 기념물들이 있는 것을 보고, 진즉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물론 언젠가 다시 가볼 기회가 생긴다면 빼놓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베네치아의 경우는 두 번이나 갔는데도 산 마르코 광장의 원주 위에 세워진 마가의 사자상은 보았지만, 도제궁에 올려놓았다는 마가의 사자상은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 여행은 한 번으로 모든 것을 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제가 알고 있던 내용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정리된 내용도 없지 않은 것 같아 다시 확인을 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암스테르담이 번영하게 된 것은 스페인의 기독교세력이 국토회복에 성공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라공과 카스티야의 연합군이 이베리아반도에 남아있던 마지막 이슬람세력인 나스르왕국을 몰아낸 뒤로 들어선 가톨릭왕국의 종교탄압을 피해서 이슬람은 모로코로 유대인들은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했던 것입니다. 이재와 상업에 밝은 유대인들이 유입되면서 네덜란드는 유럽의 상권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즉, 종교적 기적이나 청어잡이와 같은 경제적 요인이 핵심은 아닐 것 같습니다.
상당한 부피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흐름이 좋아서 금세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한번쯤은 다녀온 곳이고, 다녀온 후에 관련 지역의 역사나 볼거리에 대하여 정리를 해두었기 때문에 이해가 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