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브러리 - 유혹하는 도서관
스튜어트 켈스 지음, 김수민 옮김 / 현암사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막상 도서관에서 책을 빌어 읽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읽고 싶은 책은 구입해서 읽고 소장하는 편을 택한 것입니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어서도 읽게 되었는데 신문이나 인터넷 서점의 커뮤니티에서 제한적인 정보를 가지고 책을 고르는 것보다는 나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일부라도 읽어 보고 읽을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대학도서관에 가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수십년 전에 나온 잡지의 초판본은 물론 더 옛날에 나온 단행본까지도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제가 가지고 있던 책을 회사 도서관에 기증했는데 발행일이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멀쩡한 책을 버리겠다고 해서 역시 깜짝 놀랐습니다. 도서관의 역할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더 라이브러리>는 도서관의 역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희귀본과 출판의 역사에 대하여 연구하고,  출판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소개해 오고 있는 스튜어트 켈스입니다,

필자는 도서관이 단지 책을 쌓아놓는 장소가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에는 삶과 죽음, 강한 열망과 상실, 믿음을 지키고 깨트리는 이야기 등, 온갖 종류의 인생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도서관을 통하여 그런 이야기들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서관’하면 학교, 국립, 혹은 동네 도서관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만,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혹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랄프 이자우의 <비밀의 도서관>이 참 좋았습니다. 이 도서관에는 다른 도서관에서는 소장하지 않는 금서 정도는 평범한 소장 도서입니다. 과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처럼 불에 타 세상에서 사라진 책들은 물론, 저자가 책을 써 보려고 기획하는 단계의 책들까지도 소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밀의 도서관>처럼 책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한 책이 바로 <더 라이브러리>입니다. 이 책에서는 책이 없는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문자가 없는 문화에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던 구전문학의 사례를 이야기합니다. 일리야드와 오딧세이는 호머가 기록으로 남겨놓기 전까지는 구전되어 내려오던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저자는 구전문학까지도 언급한 것처럼 도서관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하려 한 것 같습니다. 도서관의 역사는 물론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일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가 하면 책을 파괴하는 사람들, 귀중한 책들을 한 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대형 화재사건들, 오래된 책들이 어떤 경로를 통하여 이동하는 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료를 통하여 추적하고 있습니다.

반가웠던 것은 14세기경 우리나라에서 금속활자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물론 8세기 무렵 목판인쇄가 성행했다는 이야기, 1232년 몽골군이 침입하였을 때 화재로 목판불경들이 소실되고 말았다는 이야기도 적었습니다. 저자가 그만큼 풍부한 자료를 검토하여 책을 썼다는 것이겠지요.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을 쓰는데 영감을 얻었다는 오스트리아의 멜크 수도원의 도서관은 저도 가보았습니다만. 책장 사이에 비밀 독서공간이 숨겨져 있다거나, 도서관을 더 웅장하게 만드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등의 이야기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책읽기는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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