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관찰주의자 - 눈으로 차이를 만든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사가이면서 변호사이고, 프릭컬렉션에서 교육책임자로 일하면서 뉴욕의 7개 의과대학에서 의대생들의 관찰기술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에이미 E 허먼박사의 <우아한 관찰주의자>를 읽으면서 저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술을 보는 눈이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다고 한탄만하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몰랐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벌써 1년반이 지났습니다만, 작년 여름에 런던에 갔을 때 국립미술관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사 상품에서 미술관에 들어가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게다가 런던의 국립미술관은 일정에 있어도 상황에 따라서는 입장이 어려울 때도 있다고 합니다.

미술관에 입장하게 되는 경우에는 전시된 미술작품을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하여 한 작품에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감상만 했었는데, 나중에 무슨 작품을 보았던지 도무지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여행기에서도 인용할 수도 있고, 무슨 작품을 보았는지 기억도 하고 일거양득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런던의 국립미술관에서 평소처럼 전시된 작품을 사진으로 찍다가 다른 분에게 혼이 났습니다. 사진을 찍는대서 혼이 난 것은 아닙니다. 사진감상을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점잖게 지적을 당한 것입니다. 아마도 미술을 잘 아시는 영국신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신사분의 말씀을 듣고는 “자유시간이 1시간 밖에 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어요. 당신처럼 런던에 산다면, 입장료가 없는 국립미술관에 매일이라도 올 수 있다면, 한 번에 한 작품씩 잘근잘근 씹듯 감상할 수도 있어요.”라고 속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표적인 화가들의 화집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집에 실려 있는 그림과 실물 그림은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그림을 직접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는 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었죠. 그래서 사진으로 남겼던 것인데, 아무래도 생각을 잘 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한 작품이라도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느껴보는 쪽으로 작전을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에이미 E. 허만박사의 <우아한 관찰주의자>에서는 눈으로 본다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 얼마나 편차가 큰 것인지, 그리고 눈으로 보아 차이를 알아채는 것 역시 훈련을 통하여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분석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좋은 훈련방법이라는 것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는 일이야말로 실생활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구조는 먼저, 대상을 평가하고, 분석한 다음, 남에게 설명하고, 적용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이 책을 읽은 뒤에 마침 영국 작가 르네 나이트의 소설 <누군가는 알고 있다; https://blog.naver.com/neuro412/221426407025>를 읽었습니다. 그 소설에서는 스페인의 바닷가에서 바다로 떠내려가는 어린이를 구하다가 죽은 아들이 남긴 사진을 본 부모가 사건의 내용을 오해한 결과가 엄청난 파국을 불러일으킬 뻔한 과정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사진을 꼼꼼히 살폈더라면 사진에 찍힌 사람들이 말하려는 무엇을 잡아낼 수도 있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별 생각 없이, 심지어는 편견에 사로잡혀 정황을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냉정하게 상황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제대로 된 전후맥락을 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그러면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책 한권에 담았습니다. 많은 그림과 사진들을 인용하고 있고, 그 가운데는 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잘 못 알고 있던 점들을 바로 잡는 책읽기가 되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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