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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여행 산문집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퍼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제가 요즈음 산문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부족하다 싶은 산문을 몇 편 적었던 것이 빌미가 된 셈입니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왕도는 없습니다. 그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 수밖에요. ‘김연수 여행산문집’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어서 골랐습니다. 저도 여행을 즐기고 있고, 여행을 다녀온 다음에는 여러 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아마도>는 소설가 김연수님이 월간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에 연재해오던 칼럼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한 번에 원고지 12매 분량의 글을 무려 4년 반이나 써냈다고 합니다. 그래고 한달에 한편을 쓰는 셈이니 압박감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한참 글쓰기에 몰두할 때는 원고지 25매 분량의 여행기를 매주 2회, 원고지 11매 분량의 칼럼을 매월 1회, 원고지 30매 분량의 북리뷰를 매주 1회씩 써낸 적도 있습니다. 그 가운데 북리뷰는 무려 5년 5개월을 이어갔습니다. 지금은 모두 정리하고 주2회 여행기만 써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아마도>의 김연수작가님은 모두 56꼭지의 여행의 뒷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어떤 것은 여행을 하면서 얻은 이야기이고, 또 어떤 것은 일상의 이야기를 여행에 빗대서 풀어내기도 합니다. 작가님은 해외여행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주로 소설을 쓰기 위한 공간을 찾기 위하여, 혹은 소재를 구하기 위한 여행도 있었으며, 소설을 낸 다음에 관련하여 해외여행에 나서기도 한 모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 여행하는 경우가 많고, 또 장기간 체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역시 저처럼 여행사에서 모든 것을 다 책임져주는 여행보다 혼자사 알아서 떠나는 여행에서 얻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만, 그만큼 품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작가님의 말씀대로 고독을 친구삼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니 어떤 연유에서인지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께이스 노어떠봄의 <이스파한에서의 하룻저녁> 등, 작가님이 인용하신 책들은 많이 읽어보았을 뿐 아니라 가보신 곳 역시 저도 가본 곳이 많아서 글 내용에 많이 공감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비행의 발견>, <북호텔>과 같이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도 있어서 곧바로 읽어볼 계획입니다.
마침 오늘 저녁 방영되는 알람브라 궁전과 관련된 이야기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라나다에 머물면서 글을 쓰는 동안 알람브라 궁전이 밤에 개장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라나다를 떠날 때까지 가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적은 글입니다. “나중에 다시 와서 밤의 알람브라궁전을 꼭 봐야지, 하는 초등학생 같은 다짐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왜야하면 여행에서 두 번 다시란 없으니까. 다시 왔을 때는 그때의 그 사람이 아닐테니까(31쪽)” 이 논리는 “만물은 움직이고 있어서 무릇 모든 것이 머물러 있지 않는다. 사람도 두번 다시 같은 물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라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철학을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모든 여행자는 늙은 여자, 이제는 쭈글쭈글해진 미녀와도 같다. 낯선 나라는 이방인을 유혹한 뒤 차버리고 조롱한다. 이방인의 일요일은 지옥과도 같다.”라고 한 폴 서루의 문장을 어느 책에서 인용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폴 서루는 <여행자의 책>으로 만났지만 크게 인상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여행자들이 남긴 여행에 관한 말을 나열한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책읽기였습니다. 여행에서의 경험을 꼬투리로 하여 마음에 간직한 이야기들을 펼쳐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