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번의 여행
카차 뷜만 지음, 강혜경 옮김 / 현문미디어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지친 영혼을 위한 달콤한 여행 테라피>에 이어서 비슷한 점이 있는 <내 생애 단 한 번의 여행>을 읽게 된 것을 보면 책읽기도 흐름이 있는 듯합니다. 비슷한 성격의 책을 이어서 읽는 경향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내 생애 단 한 번의 여행>을 쓴 카차 뷜만은 19살에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 세계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생각이 저널리스트를 지망하게 만들었고,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여행과 사람,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여행을 통하여 삶의 방향을 크게 바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분들이 평생 단 한 번의 여행만 한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인생을 바꿀 정도로 커다란 느낌을 얻은 여행이었다는 이야기이겠습니다. 저자는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이 사람을 만든다’라고 한 존 스타인벡의 말을 인용하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전혀 알지 못했던 곳으로 나아가려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편안한 패키지여행을 포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의 생각이 공감하는 바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여전히 패키지여행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자에게 자신의 삶을 바꾼 여행에 관하여 이야기한 열다섯 분의 여성들은 여행을 통하여 자신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내가 경험한 것이 그다지 특별한 것은 아니에요’라고 말하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하여 얻은 느낌으로 삶 자체를 바꾸었다는 그것은 대단한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변화를 위해 자신을 열고 여행을 떠나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손금에 나와 있는 사람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여성들이 그런 일에 나선다고 한다면 세상이 어지러워질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즉 인터뷰이의 경험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얹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글을 읽을 때는 작가의 생각을 배제하고 인터뷰이의 실제 경험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더 실감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남편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난 코리나의 경험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을 옮겨봅니다. “어떤 사람은 여행을 통해 배우고 또 어떤 사람은 자기 고향을 평생 벗어나지 않고도 깨달아요. .... 다른 사람들이라면 같은 비용으로 집이나 자동차를 사겠죠. 정답은 없어요. 중요한 건 스스로 해 행복한 길을 선택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완벽한 자아는 자기 안에 숨어 있으니까요(206쪽)” 그렇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므로 어떻게 사는 것이 옳다는 식으로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면서 정기적으로 오지를 찾아 구순구개열(우리말로는 언청이라고 하는 선천성기형입니다)을 치료하는 봉사활동을 한다는 힐케 슈나이더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의 삶을 결정하던 옛날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되었습니다. 힐케는 치과의사를 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치과의사가 되었는데, ‘너라면 할 수 있어’라는 아버지의 말씀이었지만, ‘환자들을 보고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고 합니다.(107쪽)’

저 역시 의과대학 본과3학년 시절 만든 봉사동아리에서 진료봉사활동을 하면서 임상의사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가졌던 것이 기초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제 경우는 여행을 하지 않고서 생애의 중요한 결정을 내린 셈입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하듯 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경험을 참조한다면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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