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찬가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9
레오나르도 브루니 지음, 임병철 옮김 / 책세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올 봄에 다녀온 이탈리아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행을 전후에서 여행지에 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마침 밀라노를 거쳐서 피렌체에 이르는 참입니다. <피렌체 찬가>는 르네상스의 절정기라고 할 15세기 전반에 피렌체에서 활동한 레오나르도 브루니(1370~1444)가 쓴 글입니다.

아레쪼에서 태어난 브루니는 이십대에 법률을 공부하기 위하여 피렌체로 왔다가 스투디아 후마니타스의 고전학과 인문학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서른다섯이 되던 해에 교황청 비서관이 되었고, 10년에 걸쳐 여러 교황을 위해 일했다고 합니다. 마흔 다섯이 되던 해 집필하기 시작한 <피렌체 시민사>로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브루니가 이 글을 쓴 시기는 분명치 않으나 1403~4년간으로 짐작되는 듯합니다.

당시 피렌체는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만성화된 계급의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이 내전이 벌어졌을 뿐 아니라, 밀라노와 나폴리의 침공이 이어지는 한편 피렌체 역시 피사나 루카와 같은 주변도시를 침공하는 등 전쟁이 이어졌습니다. 이와 같은 대내외적 상황은 1434년의 의회가 출범하면서 등장한 메디치가의 집권으로 안정되기 시작했고, 시민적 휴머니즘과 공화주의 이념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번역한 임병철님은 당시의 피렌체의 변화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 직면하여, 금욕적 명상과 자기 수양에 몰두하면서 사회사 및 정치문제를 도외시 했던 이전 세대의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적 휴머니즘과 달리, 브루니를 위시한 피렌체 지식인들은 공화주의적 자유, 시민의 능동적 정치 참여와 자기희생, 공공선에 대한 헌신과 같은 새로운 이념들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87쪽)” 그런 점에서 옮긴이는 브루니를 최초의 근대인이라고 규정한 듯합니다.

이와 같은 피렌체의 변화를 담아낸 <피렌체 찬가(Laudatio florentinae urbis)>는 그리스의 웅변가 아리스티데스(Aelius Aristides)의 <아테네 찬가(Panathenaicus)>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합니다. 피렌체의 역사를 공화주의적 시각에서 기술한 것입니다. <피렌체 찬가>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피렌체의 환경, 즉 지정학적 탁월함, 청결한 도시환경, 아름답고 장엄한 건축물 그리고 비옥한 영토에서 나오는 풍부한 농산물 등을 예찬합니다. 두 번째는 도시의 기원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그는 로마 공화정 시대에 로마인들이 건설하였다고 주장합니다. 아마도 이 글을 쓸 무렵 피렌체에 대두된 공화주의를 염두에 두었던 듯합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로마인들에 앞서 이 지역에 정착했던 사람들은 에트루리아인이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피렌체의 대외정책을 다루었는데, 밀라노의 지안갈레아쪼의 침략에 대항한 것을 인용하여 피렌체가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자유를 수호하는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합니다. 늘 약자의 편에 섰고, 주변 도시에 관용을 베풀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피렌체 역시 주변 도시국가들을 침공한 것에 대하여는 언급을 피하고 있는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피렌체의 내부 조직과 정체(政體)에 대하여 말합니다. 법에 기반한 조화로운 사회를 구현한 피렌체의 모든 시민은 자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브루니는 “어느 누구도 이 도시보다 더욱 빛나고 영광스러운 곳을, 이 세상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13쪽)”라고 적었습니다. 특정 도시를, 아니 국가라 함이 옳겠습니다만, 예찬한다는 것은 다른 도시와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는 설명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쓴이가 얼마나 넓게 세상을 살폈는가도 중요할 듯합니다. 멀지 않은 비잔틴제국의 콘스탄티노폴리스와 객관적으로 비교를 해보았을까 싶습니다. 제국말기라고 하더라도 천년이 넘게 비잔틴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폴리스가 피렌체와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다만 도시민의 평등과 자유를 기반으로 한 경우라면 수긍이 갈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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