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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은 없는데요… -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 ㅣ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젠 캠벨 지음,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그림,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8년 5월
평점 :
동네서점이 사라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오래 전에는 산책을 나선 길에 들러 신간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신간을 사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새로 나온 책에 대한 정보를 주로 신문에서 얻거나 혹은 서점에서 얻을 수밖에 없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요즘에는 동네서점은커녕 신문조차도 신간서적에 대한 정보원으로 삼지않게 된 듯합니다. 주로 인터넷 서점이나 블로그에서 얻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동네서점에서 새로 나온 신간을 몇 장 넘겨 내용을 확인하고 고르던 것과는 달리 요즘에는 누군가의 독후감 혹은 서점의 신간소개에 의존하다보니 막상 책을 읽고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책은 없는데요...>는 서점을 찾는 다양한 손님들과 점원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모아 소개하는, 생각해보면 기발한 기획입니다. 설마 서점에서 이런 일이 생길까 싶은 황당사건들도 많습니다만, 그만큼 서점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한 영국의 사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싶어 부럽기도 합니다.
내용은 저도 가보았던 에든버러 브런츠필드 플레이스에 있는 에든버러 서점과, 북런던의 하이게이트 지하철역 맞은편에 있는 고서점인 리핑 얀스 서점, 마지막으로 다른 서점에서 생긴 황당사건을 각각의 묶음으로 엮었습니다.
저도 나이를 들어가면서 기억이 자꾸 분명치 않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1960년대에 출간된 책을 찾고 있어요. 작가는 모르겠고 제목도 기억 안 나는데... 표지가 녹색니고요, 읽으면서 여러 번 깔깔 웃었거든요. 어떤 책인지 아시겠어요?”라고 묻는 손님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은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핵심단어를 이용하여 검색을 하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고, 핵심단어가 기억나지 않으면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넷검색을 주로 활용하면서 글을 쓰곤합니다.
(『율리시스』 한 권을 들고) 이 책은 왜 이렇게 길어요? 주인공에게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어떻게 하루 안에 한 사람에게 이렇게 긴 분량의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요? 아니, 내 말은, 다들 일어나고, 아침 먹고, 출근하고, 퇴근하잖아요. 물론 가끔은 술 한잔 하러 가기도 하고, 그게 우리 같은 보통 사람 하루 일과잖아요! 그걸로 책 한 권을 어떻게 채운단 말입니까, 안그래요?(118쪽)“ 저도 같은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만, 막상 『율리시스』를 읽어보니 이해가 되더라구요. 앞서 질문한 평범한 사람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하루가 아니라 특별한 주인공, 그렇죠!, 오디세우스를 닮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하루도 특별할 수 있을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는 작가나 책이 인용되는 경우에는 옮긴이가 주석을 달아놓았더라도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괴물 글루팔로』를 읽고 악몽을 꾼다는 꼬마 여자아이의 이야기에 그 책이 공포를 느낄만한 책이 아니라고 하는 점원의 설명이 실감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서점에서 우유나, 로또복권, 드라이버, 콘돔과 같은 생필품을 찾는 손님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서점에 취금하는 상품을 책에서 이런 생필품의 영역가지도 확대해야 할 모양입니다. 하긴 고속도로를 비롯하여 공항에 있는 편의점에서는 잘 나가나는 책을 팔기도 하는 것을 보면 서점이라고 해서 꼭 책만 팔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요? 하여튼 서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책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