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99%을 - 존재의 조건이 찢긴 자들
신창용 지음 / 스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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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탈출>의 뒷이야기이지만, 전작을 읽지 않아도 <탈출, 99%을>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에서 얽힌 인간관계라던가 배경이 되는 공간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전체 이야기의 윤곽을 그려내기에 한계가 있는 듯합니다.

이야기가 전개되어가는 것을 보면, 현재의 우리나라임이 분명한데, 굳이 로만과 파스란이라는 별개의 나라를 오가는 구조를 만든 것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화자인 파비안을 비롯하여 조카 마크, 로린, 스티븐 등 대부분의 등장인물에게 외국 이름을 부여하면서도 주요 등장인물인 M은 이니셜로 처리한 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탈출은 모든 것을 가진 1%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나머지 99%가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는가를 화두로 삼고 있는 듯 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보수 세력이 무너진 틈을 타고 진보세력이 권력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권력을 잡은 진보세력 가운데도 1%의 부를 쥔 자가 있음을 암시하고, 그 세력 가운데 하나인 M이 가족도 모르게 파비안에게 상당한 부를 유산으로 넘겨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유산으로 파비안이 99% 집단에서 1%집단으로 탈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의 상황으로 보입니다.

흔히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이 무너졌다고들 말합니다. 그래서 1%의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99% 두 집단으로 나뉘어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진다는 것의 정의가 점점 모호해지는 것도 어떻게 보면 진보세력이 국민들의 인식을 모호하게 이끌어온 탓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누구든 가진 자 1%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도록 유도한 것은 아닐까요? 세상의 모든 사람이 1%가 될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결국 자신의 능력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데, 끊임없이 스스로의 희망을 업그레이드해가도록 부축인 것은 아닐까요? 제 경우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굳이 1%를 꿈꾸어야겠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은 없습니다. 하루하루를 감사하면서 살 수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작에서 큰 사고를 당했던 M은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활동으로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결국 파스란에서 궁지에 몰린 M이 로만으로 옮겨 재기를 노리는데, 그것도 자신의 능력보다는 매튜라는 인맥을 활용하고서야 일을 찾아냅니다. 하지만 그 일이라는 것도 정상적인 일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힘을 쥔 사람이 뒷배를 보아주어 만든 자리인데, 그마저도 욕심을 부리면서 오래 지속하지 못하게 되고, M과 파비인은 가구공장의 막일꾼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정말 우리사회는 이토록 가망이 없는 것일까요? 보수는 물론 진보(물론 작가님은 진정한 진보라고 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라는 세력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느낌이 남습니다.

대체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부가 몰락하고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인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상의 상황인지 아니면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는 또 다른 사실인지 분명치 않은 상황들을 엮고 있어 이런 이야기를 팩션이라고 해야되나 싶습니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이야기가 끝난 뒤에 적은 상당한 분량의 작가 후기를 말미에 붙이고 있는 점입니다. 이 후기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제목의 별도 책자로 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후기는 이야기의 연장이 아나리 진정한 진보가 추구하는 세상이 과연 가능하겠는가에 관한 작가의 푸념처럼 느껴집니다. 즉 1%의 가진 자와 99%의 그렇지 못한 자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과연 올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정리한 것입니다.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나라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엇이 분명 있어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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