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시인의 산문집을 다시 꾸며 내놓은 것이라 합니다. 책을 고른 이유 두 가지 중 하나는 여행길에 가볍게 읽기 좋은 산문집이라는 점과 ‘운다는 것’었습니다. 책은 아부다비공항에서 아테네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두어 시간 남짓 되는 사이에 모두 읽어냈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은 시인이 살아낸 나날들이 울음으로 점철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울음을 주제로 쓴 글은 그리 많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낚였다’는 느낌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의미 없는 책읽기는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책읽기를 마치고 별 의미를 찾지 못했다면 열심히 읽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고 얻은 의미는 시를 쓰거나 산문을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과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길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일상에서 생각하는 바나 책을 읽다 만나는 귀중한 이야기를 정리해서 블로그에 보관해두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이 길어야 될 이유는 없겠습니다. 그리고 글머리는 일상에서나 제가 열심히 하고 있는 책읽기에서 시작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그해’라는 제목에 장소만 인천, 경주, 여수, 협재, 화암, 묵호, 혜화동, 행신, 삼척 등의 지명을 붙인 아홉 꼭지의 글은 짧아 두 줄 길어 여섯 줄을 넘지 앓습니다. 글이 짧으며 짧을수록 생각을 압축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시인은 글다듬기를 반복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뜸합니다만 예전에는 저도 가끔 글을 청탁받기도 했습니다. 청탁받은 글을 쓰려면 나름 준비를 꽤나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에 자료조사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저자의 경우는 취재도 열심히 다니는 모양입니다. 사실 글쓰기는 자료와의 절충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조사한 자료를 어느 수준으로 정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고민을 한다는 것입니다. 학술적인 글 같으면 근거가 있는 글이라면 모두 담아내야 하겠습니다만 일반인이 읽는 책을 그렇게 썼다간 전문가 만들 일 있느냐고 퉁을 먹을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글은 쓰는 사람에 따라서 아주 다양하게 풀어나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환절기’라는 제목으로 쓴 글은 아마도 독감이 주제가 된 것 같습니다. 흔히 감기는 약을 먹으면 7일 그냥 두면 1주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감기를 약을 먹어 고통을 경감하려 했던 스스로가 못마땅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생긴 대로 아프다보면 뭔가 깨달음을 얻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또한 ‘일출과 일몰의 두 장면은 보면 볼수록 닮은 구석이 많다’라는 구절은 아부다비의 사막에서 숨 막히도록 예쁜 해넘이를 보고는 새겨볼 요량으로 여행기에도 적어두었습니다. 어떻게 변주를 할 것인가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저자가 살았던 화전의 폐가에서의 꿈 경험을 읽으면서도 젊었을 적에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과의 추억도 글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다만 아내가 어떻게 생각할 지에 대하여는 아직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