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
존 개스킨 지음, 박중서 옮김 / 현암사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그리스여행을 앞두고 여행길에 읽을 만한 인문서를 고르던 가운데 눈에 띈 책입니다. 책을 쓴 존 개스킨교수가 더블린의 트리니티대학에서 철학을 담당하는 것도 요즘 쓰고 있는 영국ㅡ아일랜드 영문학 여행과도 연이 닿는 듯해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저자가 ‘여행자를 위한’ 이라는 기획의도를 살짝 비친 것은 총론 수준으로 아니 그보다도 더 가벼운 수준으로 그리스철학을 요약해보겠다는 욕심에서 책쓰기를 출발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매년 해오던 고전철학 관련 강연을 읽을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보자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다고 합니다.

형식상 여행자를 위한 철학서가 될 참이라는 점이 책구성에 반영된 구조입니다. 3부로 된 책의 1부는 고대 유적을 찾아 그리스를 방문할 여행자가 궁금해 할 만한 다섯 가지 요소들,  그리스의 역사, 그리스인답다는 것, 에로스, 심포시온, 와인 등 그리스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고대 그리스인들과 떼어놓을 수 없는 극장과 신전 등입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그리스비극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그리스 신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그리스철학의 흐름을 맥을 잡아 요약했습니다. 그 출발은 호메로스입니다. 호메로스가 철학자는 아니지만 그리스사람들의 사고의 맥락을 잡는 데 꼭 필요한 역사 등의 구전방법 혹은 구전내용들의 신빙성들을 언급합니다. 그리고 트로이. 트로이를 빼놓고 호메로스를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요. 호메로스가 실존인물이었을까 하는 의문에서부터 트로이전쟁의 등장인물의 성격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탈레스와 아낙시만드로스를 배출한 밀레토스에서 그리스철학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우주의 존재를 고민했던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놓았기 때문일 듯합니다. 사실 그리스철학은 소크라테스로부터 논의한다고 하는 것은 플라톤이라는 제자가 기록을 남긴 덕분이기도 합니다만 당대 최고의 지성이라고 신까지도 공인했다는 게(?) 결정적 요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시기에 활동한 철학자가 서른 명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소크라테스이전의 시기를 밀레토스 시기에서 나누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눈에 띄는 철학자는 삼각형의 정리로 유명한 피타고라스,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기록한 헤라클레이토스 등이 있습니다. 그리스철학이 중요한 것은 자연의 이치를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렇게 시작한 철학을 뿌리로 하여 유럽의 근대사상은 물론 근대과학이 가지를 쳐나왔다는 점일 듯합니다. 그래서 그리스 철학자들의 이름이 생소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은 자연과학의 영역에서 이미 자주 만나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크라테스 이후에는 철학으로 국한되는 경향 때문에 생소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 역사 혹은 신화를 공부하다 보면 그리스강역이 모호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터키를 이르는 소아시아를 그리스의 강역으로 보아야하는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그리스 이전에 이미 강력한 세력을 구축한 히타이트제국이 존재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트로이 전쟁도 같은 민족이었더라면 10년이 넘도록 소모적인 전쟁이 아니라 누군가 나서 중재로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3부는 기억할만한 그리스철학자를 배출한 장소에 대하여, 그리고 그 철학자들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합니다. 하지만 스물아홉 개나 되는 지명 가운데 키케로, 세네카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이 친밀한 로마, 피타고라스로 익숙한 사모스, 히포크라테스로 유명한 코스섬 등이 익숙할 뿐입니다. 나머지는 지역이름이 생소하거나 철학자 이름이 생소합니다. 여행 중에는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조금 가벼운 읽을거리가 편합니다. 그런 점에서 안성 맞춤한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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