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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용 설명서
페터 볼레벤 지음, 장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독일하면 울창한 숲을 떠올립니다. 특히 ‘검은 숲’이라고 옮기는 슈바르츠발트는 독일의 남서쪽 끝자락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있는 길이 160km 폭 50km의 산림지역을 말한다고 합니다. 켈트신화에서는 아브노바(Abnoba) 여신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아 신성한 장소로 믿었던 것 같습니다.
<숲 사용 설명서>는 독일의 숲을 제대로 보존하고 즐기고자 하는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의 꿈을 담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독일의 산림을 지키는 일을 해오고 있는 그는 지금은 휨멜조합에서 산림경영지도원으로 일하면서 친환경적인 산림경영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숲에 들 때 조심해야 할 사항들로부터 숲에서 볼 수 있는 나무들, 동물들, 그리고 사람들이 숲에서 얻을 수 있는 유용한 것들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그는 숲을 야생의 상태로 그냥 두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상업적으로 남용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숲에서 한 끼 먹을 정도를 채집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독일에서도 버섯이나 이끼 등 숲에서 나는 것들을 대량 채집하여 내다 파는, 일종의 숲을 남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람사는 것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독일 숲에서는 스라소니, 여우는 물론 늑대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깊은 숲을 가다가 동물을 만나면 덤벼들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만, 대체적으로 동물이 사람을 더 무서워하기 때문에 먼저 피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숲에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원래 독일은 야생의 숲으로 뒤덮여 있던 지역인데,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야생의 숲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고, 지금은 인공조림된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숲은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독일에는 숲이 없다고 말합니다. 침엽수로 조림된 조림지만 있을 따름이라는 것입니다. 침엽수는 곤충이나 폭풍에 약하다고 합니다. 너도밤나무나 참나무와 같은 수종이 지배종인 숲, 조림을 통하여 조성하는 경우에는 고령의 나무 사이에서 새끼 나무들이 자라는 보호와 택벌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숲에서 버섯, 딸기, 꿀과 같은 먹거리로부터 야생동물을 사냥하여 고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사용하거나 물건을 만들기도 합니다. 년말이면 크리스마스를 장식할 나무를 얻기도 하는군요. 하지만 숲을 이용하여 건강을 되찾거나 지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유용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숲에 중장비가 들어가는 것도 숲을 해치는 일이라고 합니다. 중장비가 숲의 흙을 내리 눌러 압착해놓으면 나무의 뿌리를 비롯하여 흙 속에 사는 수많은 생명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버리고 결코 회복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숲을 경영하는데 있어 옛날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우에 관한 이야기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여우 자체는 이제 위험한 짐승이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여우가 옮길 수 있는 광견병이나 여우촌충이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전염병을 여우가 직접 사람에게 옮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여우와 접촉하는 개라던가 숲에서 가져온 산딸기나 버섯 같은데 기생충알이 묻어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구충제가 해답이 될 수 없다고 하니 조심할 일 같습니다.
숲을 사랑하고 숲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저자는 우리의 발길이 숲에 사는 동물과 식물에 부담이 될지 모른다고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합니다.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숲을 통하여 작은 기적을 경험해보기를 권하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