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 고전의세계 리커버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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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선풍을 일으켰던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저자가 공리주의에 대하여 비판적 입장이면서도 큰 틀에서는 공리주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공리주의의 본질을 공부할 기회를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마침 책세상에서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를 새롭게 옮겨 내놓았다고 해서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자유주의자이면서도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한 존 스튜어트 밀은 철학자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 삶에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기준’을 둘러싸고 논쟁을 펼쳐왔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철학적 진전이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공리주의를 제안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공리주의는 효용과 최대 행복 원리를 도덕의 기초로 삼는 이론입니다. 공리주의야말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제1의 원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공리주의에서는 행복을 증진하는 행동은 옳은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옳지 못한 것으로 보는데, 행복이란 쾌락과 고통 없음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삶에서 고통으로부터의 자유와 쾌락이야말로 바람직하고 유일한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인간은 사회적 감정을 타고나므로 이웃을 자기와 동일시하여 일체감을 느끼는 사회적 존재라고 설명합니다. 즉 공리주의가 생각하는 인간의 본질입니다. 결국 밀이 생각하는 공리주의는 자기발전을 도모하는 정신적 쾌락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라는 두 개의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는 셈입니다.

밀은 1장에서 먼저 우리 삶에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기준으로 과학에서 불변의 진리처럼 적용하는 ‘제1의 원리’를 철학에서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설파합니다. 이어서 그와 같은 역할을 공리주의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2장에서 설명합니다. 3장에서는 공리주의의 핵심이라 할 효용원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를, 4장에서는 효용원리를 입증하는 방법을,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정의가 효용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흔히 육체적 쾌락은 정신적 쾌락에 비하여 저급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던지 선호하는 바가 있다면 그것이 최선일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행복을 구성하는데 있어‘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타인을 위한 희생이 자체로 가치가 있으려면 자신의 행복의 총량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제한이 있습니다.

이미 밀의 시대에서 공리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공리주의적 설명 가운데 예외적인 상황으로 본류까지 흔드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철학이 시작된 이래, 효용이나 행복이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된다는 이론의 수용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정의에 관한 생각이다(99쪽)”라고 한 것을 보면, 밀 역시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가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의로운 것 혹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라 할 예를 보면, 1. 누구든지 특정인의 개인적 자유와 재산을 빼앗은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2. 누군가 박탈당한 법적 권리가 원래 그 사람에게 속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3. 각자가 자신이 가지기에 합당한 것만을 가져야 한다, 4. 누구에 대해서든 신뢰를 깨뜨리는 것은 명백하게 정의롭지 못하다, 5. 누가 보더라도 편파적인 것은 정의와 거리가 멀다. 공리주의에서는 먼저 자신의 행동이 정의로운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정의가 무엇인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며 숱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논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즉 정의는 단칼에 정의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옳다고 생각하는 보편타당한 결정이 정의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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