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로 가는 길 - 한태규의 그리스 문화 기행
한태규 지음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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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테네로 가는 길>은 2001년 그리스 대사를 지낸 한태규대사님이 정리한 그리스의 역사, 신화, 철학, 정치 등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리스 연극과 구전설화를 다루고 있으니 문학도 포함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건축과 예술을 따라 구성하지 않고 삽화 등을 통해서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임하면서 경험한 일들을 소개하고 있어 그리스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잘 아는 것처럼 알렉산드로스대왕이 세계경영에 나섰던 짧은 시기를 제외하고는 그리스에 통일국가가 성립된 적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 지역을 지배했던 사람들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그리스 주변 국가들의 민족 역시 변화가 있었으므로 도시국가들이 산재해있었기 때문에 고대에는 정확하게 어디까지가 그리스였는지 분명치는 않는 듯합니다. 대체로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그리스와 왕래가 잦았던 것으로 보이는 소아시아지역까지도 그리스 문명의 영향권에 들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정 국가의 모든 것을 한권의 책에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따라서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하다 보면 지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그리스는 다른 민족에 비하여 신화가 풍성하게 전해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화가 인류의 등장 혹은 건국과 관련된 내용인데 반하여 그리스의 경우는 신들 사이의 전쟁, 신과 인간들 사이에 벌어진 다양한 사건 사고를 담고 있습니다. 아마도 도시국가, 혹은 부족국가 시기에 지역을 다스리던 계급과 일반 백성들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을 신과 인간 사이의 일로 미화하여 전해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가운데 제우스신은 가장 강력한 집단의 수장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가끔은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소 다른 내용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스의 문화유산이 이스탄불에서 많이 발견되는 이유를 오스만제국이 약탈했다고 보았지만, 사실은 동로마제국 시절에 가져다 놓은 것이 더 많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리스의 신전에서 가져온 석재로 이슬람 사원을 짓기도 했다하니 유적을 파괴한 바가 없지 않을 듯합니다.

그리스의 역사를 통하여 나름대로 깨달은 바를 곳곳에 적고 있습니다. 기원전 404년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긴 전쟁이 끝난 뒤, 민주주의에 기반한 아테네의 정치구조가 30인의 과두정치체제로 개편되었는데, 당시 새 지도자들은 다수의 민주세력들을 살해하고 탄압했다고 합니다. 결국 8개월만에 민주파의 반격으로 과두지배체제가 무너졌다. 복귀한 민주주의 지도자들은 과두제 지도자들에게 보복을 하지 않는 관용을 보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과두제 지도자 크리티아스의 묘석에는 “짧은 기간이나마 아테네 군중의 오만을 통제한 탁월한 지도자를 기념하여(158쪽)”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뒤에 과두제 지도자와 친분이 있던 소크라테스를 고소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아니토스는 민주주의 지도자였다고 하니, 민주주의 지도자들이 보였다는 관용도 경우에 따라 달랐던 모양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시인들이 전하는 신화를 모두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신화 가운데 비도덕적인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안된다고 했고, 플라톤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그리스 신화 가운데 지금의 윤리적 관점으로 보아도 황당무계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신의 뜻으로 예정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내용도 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오이디푸스의 불행은 스스로의 잘못이 아니라 아버지의 잘못때문인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민주주의를 꽃피운 찬란한 문명을 가진 사람들이 ‘노예’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라는 나라이름을 갖게 된 것은 이곳을 정복한 로마사람들이라고 하니, 이 나라 사람들에게 맞는 이름을 되찾아주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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