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독특한 형식의 소설입니다. 등장인물이 각각 다른 3가지의 이야기를 옵니버스형식으로 구성되었는데,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라는 장소와 ‘침팬지’가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바탕에는 기독교가 주장하는 바에 대한 회의가 깔려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3가지 이야기는 각각 시기도 각각 다른데, 첫 번째 이야기는 1904년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시작하고, 두 번째 이야기는 1939년 높은 산 지역에 가까운 브라간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는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모두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향합니다. 사실 높은 산이라고 하는 지역은 말과는 달리 고산준령이 펼쳐지는 곳이 아니라 드문드문 바위가 흩어져 있는 사바나 지역으로 어중간한 높이라고 옮긴이는 설명합니다.

세 편의 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은 각각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하여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토마스는 아내와 아들을 급성전염병으로 잃었고,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병리의사 에우제비오 역시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상심한 상황인데, 높은 산 지역에 사는 노부인이 모셔온 그녀의 남편을 부검하게 됩니다. 노부인은 토마스의 차에 치여 아들을 잃었고, 이어서 남편까지도 잃어 역시 상심하고 있었는데, 부검으로 연 남편의 몸에 자신의 몸을 가두어 달라고 합니다. 세 번째 주인공은 높은 산 지역에 살다가 캐나다로 이주한 포르투갈 사람의 후손인 상원의원 피터 토비입니다. 역시 아내의 죽음 이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다가 오클라호마에 있는 영장류연구센터를 방문했다가 만난 침팬지에 마음이 끌려 사들인 다음에 포르투갈의 높은 산 지역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2부에서 등장한 노부인과 가까운 친척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옴니버스형식을 빌은 듯하지만, 전체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며, 일종의 환상적인 부분도 있어 보입니다. 옮긴이의 설명에 의하면, 이야기는 겉으로 보기에는 상실과 애도 그리고 이에 따른 고독이 주제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종교적 믿음의 실체를 추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전공이 병리학이며 한 때 법의부검을 맡아 한 적도 있어서 2부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모든 시신은 들려줄 사연이 담긴 책이다. 각각의 장기는 소단원, 소단원들은 공통적인 서술로 어우러진다. 외과용 메스로 페이지를 넘기며 사연을 읽고, 마지막에 독후감을 쓰는 게 병리학자인 에우제비우의 임무다.(165쪽)” 법의관의 소명을 책읽기에 잘 비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그의 아내와 관련된 이야기로, “그녀에게 글쓰기는 육수를 우리는 일이고 독서는 육수를 마시는 일이며, 입 밖에 낸 말만이 푸짐한 닭구이다.”라는 표현도 재미있습니다.

예수와 관련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서기 1세기부터 이교도 저자들은 수백가지의 문건을 남겼어여. 예수는 어느 문건에서도 언급되지 않아요. 당대의 어느 로마인도-관료, 장군, 행정가, 역사가, 철학가, 시인, 과학자, 상인, 어떤 부류의 작가도-그를 언급하지 않아요. 공적인 비문이다 현존하는 개인 서신들 어디에도 예수에 대한 최소한의 언급도 없었어요. 게다가 그는 출생증명서도, 재판기록도, 사망증명서도 남기지 않았죠. 그가 사망하고 1세기 뒤에나-100년이 지나서!-이교도에 의해 단 두 차례 언급되었을 뿐이죠. 한 사람은 로마의 상원의원이자 작가인 소 플리니우스, 다른 한 사람은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예요. 편지 한통과 몇 페이지-제국의 열정적인 관료들과 자부심 강한 행정가들에게 나온 언급은 그게 전부예요.(…) 인간 예수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전부 네 명의 우화작가에게서 나왔어요.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이야기의 음유시인들이 예수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점이에요. 마태, 마가, 누가, 요한, 그들이 누구든지 간에 예수를 목격한 사람들은 아니었죠.(185-186쪽)” 정말 사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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