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좋은 방 -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
우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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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 혼밥, 등 혼자 무엇을 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누군가는 묘한 시선을 보냈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혼자 있기 좋은 방>은 혼자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화가가 작품활동을 하던 공간을 이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야외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조차도 사적인 은신처로 삼았던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어찌되었건 저자는 “화가에게 방은 다양한 의미이다. 그들에게 방은 유일한 도피처였고, 내밀한 은신처였으며, 이상적인 휴식처였다.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창조의 무대였고, 영광으로 지은 거대한 방주였으며, 인생 전부를 담은 삶의 흔적 그 자체였다.(13쪽)”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방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일상의 삶이 어떠한 형식이 되었건 방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착안한 듯 저자는 침실, 욕실, 부엌, 거실, 서재, 식당, 화실, 다락방, 발코니, 자동차와 같은 사적인 범주의 공간으로부터 카페, 지하철, 성당, 교실, 세탁소, 시장, 온실, 백화점, 호텔방, 배, 미술관 등 공공의 영역까지, 방이라할만한 다양한 곳들을 잘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장소에 어울릴만한 그림들을 소개합니다. 화가이면서도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장점을 잘 살린 책입니다.

저자는 찾아낸 다양한 공간을 1부 조용히 숨고 싶은 방, 2부 완벽한 휴식의 방, 3부, 혼자 울기 좋은 방, 4부 오래 머물고 싶은 방 등으로 구분하여 일상에서 얻은 생각으로 출발하여 그런 생각에 잘 어울리는 그림을 소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결말을 맺는 형식으로 책을 꾸몄습니다. 하나의 생각에는 비슷한 주제로 그려진 다양한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수한 그림들 가운데 알만한 그림으로는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방」, 알브레히드 뒤러의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리의 「그랑 오달리스크」,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의 「꿈」과 「조용한 시간」, 등 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그림들이 소개되고 있어 적어도 그림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글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톡, 톡, 톡 빗방울이 창문을 때린다. 창문 틈새로 바람이 들어와 커튼이 이따금 크게 흔들리고, 물비린내가 섞인 차고 습한 공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슬쩍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니 온통 회색빛 세상이다.(32쪽)” 이런 구절을 읽다보니 ‘아하! 작가가 화가였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리하고, 주위의 변화에 민감한 직업을 가졌는데, 거기에 더하여 그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재주도 가졌구나. 부럽다!’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도시의 구경꾼이라는 뜻으로 도시를 활보하며 대로를 산책하던 19세기 후반의 남성 부르주아를 의미한다는 플라뇌르(Flaneur)라는 말이나, ‘가랑비가 졸금대고 있었다’, ‘안개비가 포슬포슬 내리는’ 등의 표현은 생소하다. 이로서 작가의 대단한 책읽기 내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다양한 소재의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저도 요즈음 쓰고 있는 글에 안성맞춤한 그림을 발견하는 덤을 얻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그림을 삶의 궁극적인 발현으로 삶을 배제한 그림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그림을 본다는 것은 생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도’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이 책은 방과 그림을 매개로 한 삶을 관조한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쉽게 말하면, ‘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기록이라는 것이 이 책의 기획의도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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