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책읽기를 좋아하면서도 묘한 버릇이 있습니다. 잘 팔린다는 책은 일단 멀리 두는 편입니다. 이런 버릇은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100만부가 팔렸다는 이기주작가의 <언어의 온도> 역시 제가 선택했다기 보다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동료의 권유에 따라 읽게 되었습니다.

말과 글은 나름의 온도를 가지고 있어,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주지만, 용광로처럼 뜨겁거나 얼음장처럼 차가운 언어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말을 할 때는 듣는 사람의, 글을 쓸 때는 읽는 사람의 처지를 생각해서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이 책에 담아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마음에 새기는 것-말, 지지 않는 꽃-글, 그리고 살아 있다는 증거-행 등 3가지 영역에 속하는 이야기 304꼭지를 찾아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이 책에 담은 이야기들은 저자의 말대로 일상에서 건저올린 주제들로 보입니다. 언제나 어디에서든가 저자는 주변에 있는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무심코 교환하는 말 한마디, 끄적이는 문장 한 줄에 절절한 사연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17쪽)’이라고 합니다.

세상이 이런 분들로 넘쳐난다면 무서워서 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분들이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남들이 주고받는 사연을 엿들어 글로 써낸다는 이야기인데, 그분들의 허락을 받지 않았음이 분명할 터이니 저작권 같은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윤리적 문제는 없을까요?

물론 영화나 책에서 읽은 이야기에 나름의 느낌을 담아 글을 써내는 것은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영화든 책이든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야 저작권이 문제가 되겠지만, 내용을 재해석하는 것은 읽는 이에 속하는 일이니 말입니다. 또한 영화 제작자가 작가는 작품이 손을 떠나는 순간 그에 대한 해석은 오롯이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이나 책을 읽는 사람에게 맡겨진 셈이니 말입니다.

저 역시 글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책도 몇 권 세상에 내놓았더니 모 인터넷서점 블로그에서는 ‘작가 블로그’라는 표지를 달아 주었습니다. 요즈음 글을 쓸 때 두 가지 점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첫째는 전문적인 내용도 가급적이면 쉽게 풀어서 써보려 하고, 둘째는 최대한 우리말을 사용하려 노력합니다. 나름 건강서적 분야에서는 다섯 손 안에 드는 책을 가지고 있으니 더욱 조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100만부가 팔렸다는 책에서 우리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흔히 발견할 수 있어서 실망이었습니다. 적어도 한글을 써서 돈을 만지는 작가라면 모름지기 한글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한 꼭지의 글이 기승전결이 없는 경우도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단락을 바꿀 때도 극적인 효과를 지나치게 의식한 문장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돌연히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와 같은 경우입니다. 사실 글을 쓸 때 돌연히 떠오르는 기억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제 경우는 이야기의 전체 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으니 돌연히 기억이 떠오르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기승전결이 없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만, 한 꼭지의 글을 구성하는 단락들의 결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마치 물과 기름을 섞어 놓은 것 같다고 할까요? 물위에 뜬 기름도 휘저으면 서로 다른 결이 섞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인지 ‘기주야, 인생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 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101쪽)라고 한 작가의 선배 말이 ’딱!‘ 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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