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도 우리처럼 -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존재가 있을까
아베 유타카 지음, 정세영 옮김, 아베 아야코 / 한빛비즈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가끔 지구와 닮은 행성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런 소식을 듣게 되면 그런 별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나아가서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우주에도 우리처럼>이라는 쌩뚱 맞아 보이는 제목에 이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존재가 있을까’라는 놀랍게도 비유적이면서도 시적인 의문을 가진 분이 계셨더랍니다. 제목에서 부제까지 단숨에 읽으면서, 이 책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책장을 열기 전부터 가슴이 뛰는 듯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은 우주 안에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고 있는 별이 존재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책은 도쿄대학에서 지구물리학을 전공한 아베 유타카교수가 기후학을 전공한 아내 아베 아야코박사와 함께 연구한 거주 가능한 행성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를 정리해냈습니다. 이 책의 성격에 대하여 저자는 “이 책은 지구의 전모를 밝히는 물리학 책도, 생명의 신비를 설명하는 생물학 책도 아닙니다. ‘생명이 탄생하는 별의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지구가 성립한 과정을 새로이 검토하려는 시도입니다.(19쪽)”라고 집필의도를 밝혔습니다.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1~4장까지는 물, 움직이는 지면, 대륙, 산소 등, 지구에 생명이 생기기 위한 조건들 가운데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에 대하여 설명하였습니다. 5장부터는 우주로 날아올라, 지구에 생명이 생겨나는 조건을 염두에 두고 우주 어딘가에 있을 ‘생명의 별’이 어떤 별일지를 모색해보고 있습니다.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하고 인간과 같은 지적생명체가 나타나게 된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보아 사람들은 흔히 지구를 ‘기적의 별’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저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 이유는 지구가 속한 태양계에서는 지금까지 조사된 바로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지구처럼 다양한 생명체를 가진 행성은 아직 없지만, 태양계를 넘어 은하계 그리고 전체 우주까지 시야를 넓혀보면 지구와 흡사한 행성이 어딘가에 분명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지구만이 유일하게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이라는 생각은 인간 중심의 인식체계에서 굳어진 것이며, 과학의 발전은 인간중심의 인식체계가 조금씩 무너져오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지구가 탄생하여 소멸되어 가는 과정에 등장한 한 부분일 따름이라는 소박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가 몸담았던 도쿄대학 대학원의 지구행성과학 전공은 2000년 4월, 지구행성물리학, 지질학, 광물학, 지리학을 통합하여 발족하였다고 합니다. 지구를 포함한 우주의 행성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학문의 세분화가 대세인 현대과학에서 드디어 통섭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우리는 보게 된 셈입니다.

제가 ‘몸담았던’이라고 적은 것은 저자가 3년 이라는 긴 세월을 바쳐 이 책을 완성한 다음에 지구행성시스템과학 교과서를 쓰고 싶다는 유지를 남긴 채 금년 1월 58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2003년 발병한 루게릭병과 싸워가면서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이 책을 완성한 것 자체가 집념의 승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은 일본 사람들 특유의 아주 쉽게 쓰였으므로 역시 쉽게 읽히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주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처럼 지구행성시스템과학 분야에 뛰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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