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네간의 경야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 가운데 가장 난해하다는 <피네간의 경야>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옮긴이는 서문에서 “이른 바 ‘공동의 독자(일반독자)’는 말할 것도 없고 ‘지식인 독자’에게도 모호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이 많았다.(6쪽)”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해설에 적은 “<경야>의 텍스트를 펼칠 때, 제일 먼저 봉착하는 놀라움은 그 자체가 일견하여 거의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602쪽)”이라는 말이 더 실감났습니다. 어휘가 무려 6만 4천여 자에 해설을 포함하여 629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셰이머스 딘은 이 작품이 수용한 65국어의 혼용을 가리켜, 성서의 바벨탑으로 비유한다.(603쪽)’라는 말을 포함하여 신조어는 물론 양의 동서양을 넘나드는 방대한 인용은 내용을 모르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피네간의 경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하려고 책읽기에 몰두하였지만, 해설을 읽기까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였습니다. <피네간의 경야>는 <톰 피네간>이라는 아일랜드 민요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벽돌 운반공인 민요의 주인공이 어느날 취해서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게 되는데, 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한 경야(초상집의 밤샘) 동안 문상객 사이에 벌어진 소란 끝에 위스키가 그의 시체에 쏟아지면서 되살아났다는 내용입니다.

<율리시스>가 1904년 6월 16일의 낮동안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 분명한 반면, <경야>는 의견이 분분한데 일단 1938년 3월 21일 월요일과 22일 화요일의 이른 아침에 이르는 사이에 벌어진 정황을 그리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또한 ‘조이스는 모든 시간과 공간을 에워싸는 간격 사이에 한 잠자는 인간(HCE 이어워커)의 마음속의 수많은 악몽의 환상들과 잠재 또는 무의식적 꿈의 감정을 총괄하는 밤의 세계를 창조하려 노력한다(567쪽)’라고 합니다.

옮긴이는 <경야>가 “구구절절 넘치는, 서정시오, 유창한 가락들을 찰나의 순간 속에 응축하는 감미로운 음악이니, 가무만사성이라(8쪽)”라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우리말로 옮긴 본문을 읽다보면 우리네 전통의 판소리 대본을 읽는 느낌도 있습니다. 한 대목을 인용하면, “하지만 우리는 심지어 우리들 자신의 야시夜時에, 저 숭어 충만한 유천변流川邊에 잠든, 놈 뇌어雷魚가 사랑했고 암놈 뇌어가 의지依支하는, 윤곽의 뇌룡어형雷龍漁型(피네간-HCE)을 여전히 불 수 있지 않을 것이고, 여기 지사志士나리, 귀여운 자유녀와 잠자도다. 만일 그녀가 깃발 걸친 여인 혹은 비늘 여인, 냄새 누더기 여인 또는 일요녀日曜女라면, 부원富源의 금광 또는 푼돈 중重의  거지라면. 아하, 확실히, 우리 모두 꼬마 애니(ALP)를 사랑하나니, 아니면, 우리는 글쎄다, 사랑 꼬마 아나 애니를, 그녀의 파산波傘 아래, 찰랑찰랑 웅덩이 물소리 사이, 그녀가 매에매에 산양처럼 아장아장 걸어갈 때, 여어! 두덜대는 아기(HCE) 잠자며, 코 골도다.(34쪽)”

역시 판소리처럼 가사의 내용도 육덕지고 걸지게 느껴집니다.

그런가 하면 작가가 만들어낸 신조어의 의미는 옮긴이가 차용한 우리말의 고어투는 물론 한자어의 도움으로 그나마 조금 이해할 수 있을 듯한데, 여기에서는 이상의 그림자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비롯하여 윌리엄 셰익스피어,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등 유명한 사람의 이름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형하고 있기 때문에 운을 보아 대충 이해하게 되는데, 옮긴이의 노고가 선하게 보이는 듯합니다. <율리시스>도 아일랜드의 문화적 배경이나 서구문학에 대한 이해가 얇아서 이해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경야>의 경우는 아예 읽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읽기에 도전한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옮긴이의 말씀대로 ‘그것을 읽는 척하는 사람과 척하려고 그것을 읽는 사람’의 어느 쪽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에게 먼저 책 앞에 둔 서문에 요약된 각장은 물론 책말미에 붙여둔 해설을 꼼꼼히 읽고 본문읽기에 도전하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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