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사스! 그리스
박은경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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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꿈꾸어왔던 그리스 여행을 떠나게 될 것 같습니다. 조금씩 그리스에 대한 공부를 해왔습니다만, 이제는 집중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혹자는 미리 공부하면 공부한 것만 보이게 되더라고도 합니다만, 어디든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야사스! 그리스>는 직장생활을 하는 짬을 내어 그리스 여행을 해온 저자가 그리스의 수많은 섬들 가운데 대표적이라 할 미코노스 섬, 산토리니 섬, 크레타 섬을 여행하면서 섬에 관한 이야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 자신의 삶, 그리고 여행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냈습니다.

제목을 보고 궁금했는데, “야사스(Ashas)!”는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해당하는 인사말이라고 합니다. 물론 아침에 하는 인사말로 “칼리메라(Kali Mera)!”라는 단어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야사스는 영어로 ‘하이(Hi)!’ 정도로 가벼운 인사말이라고 하는군요.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이 밝고 아는 척을 많이 한다고도 하는군요.

저자는 박물관이나 유적지에는 관심이 없다고 양심선언(?)을 하는 바람에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여행을 통하여 무엇을 얻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여행자의 마음에 달린 것이니까요. 작가는 ‘여행을 다니면서 문득 부러움을 느꼈던 적은 빼어난 경치나 훌륭한 문화유산이 있는 여행지를 볼 때가 아니라 나와 같은 여행자가 나와 다른 여유로움을 가진 것을 볼 때였다.(221쪽)’라고 합니다. 사실 그런 여행자를 보려고 그리스 섬까지 갈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여행자가 찾아올테니 말입니다.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작가가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동행한 사람들은 그리스 토박이가 아니라 외국에서 그리스로 흘러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그들의 선조가 남긴 찬란한 문화유적도 관심이 없고, 그리스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없는 것이라면 굳이 그곳까지 갈 이유가 있나 싶습니다.

외국을 여행하면서 그곳에 있는 문화유적을 찾아보는 것은 지금을 살고 있는 현지사람들을 만들어낸 문화적 배경을 엿보는데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려면 그들의 역사도 알아야 할 것 같고, 그들의 문학, 예술 등을 전반적으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터키에서 쫓겨온 그리스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들이 터키사람들에 의하여 내쫓겼다고 하는 것은 그리스와 터키 사이의 오래된 갈등구조를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터키가 비잔틴제국을 무너뜨리면서 그리스를 지배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사람들이 서로 오가며 살게 되었던 것입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터키가 독일과 한편을 먹는 바람에 전쟁에서 진 다음에 그리스가 독립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그 와중에 그리스가 터키반도에 상륙하면서 전투가 일어났고, 그 전투 끝에 양국은 상대국에 거주하는 자국 사람들을 서로 교환하기로 한 로잔협약을 맺게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리스 사람만 터키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터키사람도 그리스에서 쫓겨난 셈이죠.

그리스 섬의 분위기는 잘 정리가 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실 그리스를 둘러싼 에게해나 이오니아해는 그저 ‘파랗다’라고 하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섬마다 분위기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섬마다의 독특한 점을 별로 부각시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여성 작가 특유의 예쁜 척이 드러나는 글쓰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런 구절은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여행은 가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여행이 피곤하고 지치고 짜증날 때 여행은 슬쩍 우리를 시험한다. 어떤 사람은 이기적으로 변하고 어떤 사람은 비판적으로 변하며 어떤 사람은 불평꾼으로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너무나 괜찮은 사람으로 변한다. 그런 사람은 여행 중에 더 빛을 발하며 자신의 매력을 드러낸다. 그런 사람과 꼭 친구가 되도록!(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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