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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켈하임 로마사 - 한 권으로 읽는 디테일 로마사
프리츠 하이켈하임 지음, 김덕수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4월
평점 :
몇 년째 다니는 해외여행지가 옛날 로마제국에 속했던 장소들입니다. 이탈리아는 당연하고,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터키, 발칸 및 동유럽, 영국, 그리고 이스라엘과 요르단까지. 그리고도 아직 보지 못한 곳이 여전히 많습니다. 이런 곳들을 여행하면서 로마제국이 남긴 유적과 그것들을 건설한 로마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정리해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정보들이 선후 맥락이 지어지지 않은 단편적이다보니 로마사를 통사로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 동안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도 읽어보았습니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정리한 것은 아니라서 부족한 무엇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분이 본인도 아직 읽지 않은 <하이켈하임 로마사>를 빌려주신 것은 얼마전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뒤에 여행의 흥분이 가라앉기 전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분 역시 로마사에 조예가 깊은 분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고 하는데, 통사로서의 로마사 가운데 추천할만한 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1048쪽이나 되는 부피에 질릴 만도 하지만, 은근히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맛이 있습니다. 42개의 주제를 시대별로 5개로 나누었습니다. 제1부는 로마 이전 시대의 이탈리아와 로마의 등장입니다. 기원전 500년부터 로마와 로마를 둘러싼 지역에 거주하던 에트루리아사람들, 그리스사람들의 사회, 그리고 그들 틈바구니에서 이 지역을 차지하고 나라의 토대를 마련한 로마왕국의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전설과 경제, 사회, 종교, 그리고 군대 등 한나라의 사회구조 전반에 대하여 기술합니다. 그리고 로마왕국이 이탈리아반도를 정복하는 과정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이어서 제2부에서는 로마 공화정이 성립하여 로마제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카르타고와의 국운을 건 전쟁 이야기가 빠질 수 없죠. 카르타고를 점령하고 아프리카 소아시아 등으로 세력을 넓혀가는 과정을 정리했고, 제국의 확산이 가능했던 이유를 설명합니다. 또한 건축, 예술, 문학, 철학, 법률, 종교, 교육 등 당시 로마제국의 문화전반을 요약합니다. 제3부는 공화정 후기를 다루었습니다. 공화정이 기울어 원수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공화정 당시의 귀족사회의 얼개와 이들 사이의 갈등이 정리되면서 원수정으로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사실 원수정은 카이사르가 토대를 만들었지만, 정작 본인은 원수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것이 묘합니다.
제4부는 초기 로마제국는 기원전 29년 아우구스투스가 연 원수정을 시작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제국이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세계를 통합하는 과정을 정리합니다. 제국 초기 비틀거리는 위기도 있었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옳았던 모양입니다. 위기를 넘긴 로마제국은 네르바-트라야누스-하드리아누스-안토니누스 피우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로 이어지는 오현제시대를 맞아 로마제국의 최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요. 역설적으로 오현제시대가 로마제국의 몰락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역사가들은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제5부는 세베루스가문에 황제에 오르면서 기울기 시작하면서 제위찬탈이 이어지면서 제국은 혼란에 빠지고,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전제정 치하에서 일시적으로 가닥을 잡는 듯하지만, 결국은 거대한 제국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황제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결국은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으로 분할되고, 서로마제국이 멸망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기번은 서로마제국의 멸망에서 기록을 멈추었지만, 하이켈하임은 아무래도 아쉬웠던지 동로마제국의 초기까지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 정리해놓은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유는 기억할만합니다. 인종혼합, 납중독, 토양의 황폐, 기후 변화, 계급 투쟁, 로마군대의 야만족화, 그리스도교가 기여했다는 주장은 원인으로서 타당성이 없다고 일축합니다. 반면 고트족들이 융성한 것과 관련된 우발적인 사건은 부수적인 근인(近因)이 될 수 있으며, 본질적인 원인들로는, 로마제국의 지리적 구조, 인력부족, 경제적 취약성, 저급한 과학기술, 불안정하고 부패했던 정치문화, 고대 사회의 귀족적 가치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고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