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차 여행 - 작은 증기기관차부터 초호화 특급열차까지, 낭만 기차 여행 20
윤창호 외 지음 / 터치아트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어렸을 적 할머니 댁에 가면 마을 아래 작은 언덕 모퉁이로 기찻길이 있었습니다. 기차가 기적이라도 울리면 공연히 마음이 콩콩 뛰었던 것 같습니다. 정작 기차를 처음 타보았던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면서였습니다. 모두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익산, 대전에서 각각 기차를 갈아탔던 것 같습니다. 석탄으로 가는 기차였기 때문에 터널이라도 지날라치면 연기에 혼쭐이 빠지던 기억도 납니다. 어떻든 기차여행은 막연히 낭만적일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기차를 타고 가는 특별한 여행이야기를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벌써 그런 책이 있더라구요. 4명의 사진작가들이 사진과 글을 나누어 쓴 것 같습니다. 당연히 사진이 훌륭하구요. 글도 깔끔합니다. 1부에서는 유럽의 기차여행 10개와 2부에서는 유럽 아닌 다른 대륙의 기차여행 10개를 담았습니다.

기차여행이라고 해서 저는 기차를 타고가면서 볼 수 있는 풍경 혹은 기차 안 분위기 등 기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내용은 몇 꼭지 없고, 그저 기차를 타고 간 곳의 구경거리를 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 쪽에서는 알프스와 관련된 융프라우 등산기차와 고르너그라트 등산기차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기차여행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유럽대륙 밖에서는 아프리카의 블루트레인과 캐나다 횡단열차, 유럽의 기차여행에 포함된 시베리아 횡단기차 등 대륙을 가로지르는 기차여행은 정말 한번 해보고 싶었던 여행이라서 꼼꼼하게 읽어보았습니다. 호주 멜버른에 있다는 퍼핑빌리와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에서 비에이까지의 겨울여행도 흥미를 끌었습니다.

영국의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여행이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로 시작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무대가 되는 니가타 현의 에치고 유자와 온천까지 가는 기차여행을 소개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공부할 무렵 차를 몰고 가다보면 100개가 넘는 차량을 매달고 뱀처럼 기어가는 듯한 대륙횡단열차를 보면서 꼭 한 번 암트랙을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꿈에 그쳤던 것도 아쉬운 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렇군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로도 유명한 오리엔트 특급열차도 타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검색을 해보면, 낭만 가득한 세계의 특별한 기차여행 BEST 5를 선정한 자료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두 번째는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를 거쳐 싱가포르까지 가는 이스턴오리엔탈 익스프레스, 세 번째는 중국 칭하이에서 티벳의 라싸까지 연결하는 칭짱철도, 네 번째는 스위스 알프나흐스타트에서 필라투스까지 가는 필라투스 산악열차, 다섯 번째는 남아프리카의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케이프타운을 연결하는 블루트레인을 들었습니다. 사실 여행사 상품으로 떠나는 여행의 경우 열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열차여행을 하려면 자유여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열차와 관련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지만, 이미 다녀온 부다페스트, 프라하, 비엔나, 베를린 등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하는 한편 부다페스트 지하철이 사회주의 시절 건설되었다고 적은 것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듯합니다. 4개선이 있는 부다페스트 지하철 1호선은 대륙에서는 처음으로 1896년 5월 2일에 개통되었고, 2호선은 1942년에 계획을 세웠지만, 공사가 중단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1970년에 개통되었습니다. 3호선은 1976년에 개통되었고, 4호선은 2014년에 개통되었습니다. 헝가리가 사회주의 체제였던 헝가리 인민 공화국은 1949년부터 1989년까지 였으니, 부다페스트 지하철과 관련된 책의 내용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니다. 부다페스트편에서는 겔레르트 언덕과 어부의 요새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 겔레르트언덕에 어부의 요새가 있는 것처럼 적고 있는 것도 맞지 않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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