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 미래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질문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인문학이 위기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먹고 사는 일이 힘들어서 일까요? 먹고 사는 일만 놓고 본다면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인문학과 상대적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자연과학이 우리네 실생활에서 차지하는 몫이 커지고, 또 따라가기에도 숨찰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자연과학이 인문학과 따로 놀아서는 안된다는 것은 기본일 터인데도 별개의 학문이라는 생각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최근 4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전환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국면이 바뀔 때는 더욱 생각의 중심을 잘 잡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런 생각에 딱 어울리는 책을 읽었습니다. 일본의 철학자 오카모토 유이치로교수가 쓴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생각하는가>입니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역사를 살펴보면 시대가 급격히 전환될 때마다 철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런 전환기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4쪽)’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단순하게 4차 산업혁명을 들었습니다만, 저자는 20세기 후반 일어난 IT와 BT분야에서의 혁명적 발전이야말로 철학적 사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철학사조로는 풀어내기 힘든 국면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든 현재 인류가 마주한 전환기에 필요한 철학적 사유를 지금까지의 철학사조의 범주에서 설명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1부에서는 현대철학의 흐름을 정리했습니다. 이는 20세기의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발전해 나온 철학사조였지만, 21세기에 적합한 새로운 사조가 등장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옮긴이가 요약한 이 책의 얼개는 이렇습니다. ‘1부에서는 20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사상계의 최신 동향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인류사를 결정적으로 변화시킬 20세기 후반의 기술적 변화를 설명하고, 3부에서는 현대의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우리 인간을 어디로 데리고 갈 것인지 묻는다. 4부에서는 근대의 종말이라는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미래를 살펴본다. 그 뒤 5부에서는 종교문제를, 6부에서는 환경문제를 다룬다.(8쪽)’

물론 IT나 BT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물론, 과학의 발전이 가져올 것으로 추정되는 종교문제나 환경문제 등은 아마도 현재의 시점에서도 볼 수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또한 그에 대한 답변 역시도 지금까지의 철학적 사유의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철학은 인간의 현실적 삶과 무관한 다른 세상의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철학이 모든 문제의 해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아갈 길을 안내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본다면, 미래의 문제도 미리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 시도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종교가 세속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종교를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된데 따른 효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21세기 들면서 기독교 세력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이슬람을 비롯한 원리주의는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세속화에 따른 반작용으로 일어난 반세속화의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치열하게 갈등을 빚어온 종교들 사이의 관계는 어디로 향할까요? 극적으로 화해할 수 있을까요? 또한 과학과 종교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학이 발견한 사실을 바탕으로 신의 존재를 부인하고, 종교는 과학의 발견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여 스스로 세워온 이론을 견강부회하는 일이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이룰까요?

이 책에서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다양한 견해를 인용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병렬로 세워 생각할 거리를 두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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